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학창시절 직업은 돈벌이가 아니라 자아를 실현시키고, 우리 인생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윤리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처음 입사한 날, 부모님께서 맞춤으로 준비해주신 정장을 입고, 어색하게 넥타이를 매고 가방을 들고 처음으로 출근을 했던 그 날은 모든 것이 새롭고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신참인 나를 가운데 앉히고 선배들은 모두가 환한 웃음을 웃어주었다. 진심으로 행복했고 내가 그들과 같은 멤버가 되었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사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하고 일보다는 대인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 늦게까지 일하고 원하지 않는 술잔을 기울이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날,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하지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은 직장인의 하루하루가 시작되고 지나갔다. 점점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나의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히 쓰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늘어갔다.

이 책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를 통해 입사 초기의 나를 다시금 발견하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부터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월요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에 모두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는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나는 주인공처럼 입사 초년생도, 젊은이도 아니지만 아오야마의 생각과 현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오야마도 대개의 젊인이 처럼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아오야마를 선택한 직장에 입사하여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의 감정을 꼭꼭 숨긴 채 연애도 하지 못하고 휴일근무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소가 아주 훌륭한 자신 또래의 동창생(?), 야마모토를 만난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 이 일을 계기로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에 한걸음 더 가까운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자신감도 회복한다.

그러나, 인생은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주 크나큰 시련이 닥쳐오고 또 끝없이 추락하고 만다. 직장에서도 인생에서도.

야마모토가 아오야마에게 "네 인생은 무얼 위해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으며 "인생의 절반은 너를 위해, (중략, 재편집) 나머지 절반은 너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있다."고 말한다. (본문 157페이지)

이 부분에서 눈물이 날뻔 했다. 아주 재미있게 읽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묵직하다. 하지만 재미있다.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전하려고 하는 그런류의 책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에 진입하여 초년생들이 겪고 있는 그런 상황들이 아주 잘 녹아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로 어깨를 토닥여 준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너는 아직 젊어. 지금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된다." (본문 166페이지)고 말한다. 그래, 시간이 걸려도 내가 원하는 그 일을 하면 내 인생은 즐거워질 수 있다.

이 책은 아들에게 권할 책이다. 그리고 인생의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그리고 강렬한 메시지와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