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 어른이 되어서도 너를 지켜줄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기억
김진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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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이 나이대의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는데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나이인 듯싶다.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 어정쩡함에 방황하기도 하고 부모님들과 덩치가 비슷해지면서 슬슬 얕잡아보며 소위 말해 얼마나 센지 간을 보는 그런 나이. 누군가는 그 자녀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처음으로 대화의 단절을 맞게 되는 그 나이 열다섯 살. 왜 뜬금없이 열다섯 살에 대해 이렇게 글을 적는지는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이 책 저자의 딸이 바로 이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딸에게 지금까지 유기농 재료로 정성껏 준비된 밥상을 차려주고 있다고 한다. 요리도 못하고 딸과의 시간도 적은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저자의 프롤로그에 적은대로 저자와 딸 사이 15년간의 기록이다. 바쁜 아내를 대신하여 딸에게 정성껏 식탁을 차려준 저자의 노력이 에세이 형태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식품 MD가 직업인 저자의 식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함께 녹아있다.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면서도 딸이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먹기 싫어하는 음식도 자연스럽게 좋아할 것이라고 하는 음식과 자식에 대한 여유로움도 담겨있다. 각각의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요리책처럼 자세하지는 않지만 텍스트를 통해 충분히 과정이 그려질 만큼 내용에 담겨있다. 읽으면서 그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재료를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식재료의 특성은 물론 특산지 정보까지 줄줄 꿰고 있는 저자의 직업이 가정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도 아주 부러웠다.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을 읽으면서 문득 내 자식들과 나 자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차려주는 밥상은 그 사람에 대한 성의 표현일 수 있는데 나는 그런 관점에서 너무도 성의 표현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가기 전까지는 정말 차려주는 밥상만 받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감히 남에게 대접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그래도 이렇게 서툰 밥상이라도 아이들에게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생긴다. 또 나에게 선물 같았던 그 하루하루 아이들과의 시간을 이렇다 할 기록으로 남겨놓지 못함에도 큰 아쉬움이 생겼다. 그만큼 이 책은 딸에게 기울인 정성의 과정이 잘 담겨있었다.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은 일기처럼 쓰인 수필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수필처럼 쓰인 요리책이란 생각도 든다. 저자의 요리마냥 정갈한 문체가 정겨웠다. 사진들을 보며 잠시 입맛을 다시다 다음 장으로 책장을 넘긴다. 식구들과의 보다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맛있고 정성껏 차려진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오늘도 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요리할지 고민하고 보다 좋은 재료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그 바쁜 손길, 그리고 맛을 내기위해 주방에서 땀 흘리는 모든 식탁을 차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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