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 비행청소년 15
설흔 지음 / 풀빛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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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아주 사적인 영역이다. 나이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사랑해서 결혼하기도 하고 결혼한 후 사랑하기도 한다. 어린 첫사랑이 끝사랑이 되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할 즈음에 찬란한 사랑의 꽃이 다시 피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랑을 하며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며 사람을 만난다. 우리는 어린 사람의 사랑이 가볍다 말할 수 없고 나이든 사람의 사랑이 낡았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랑은 사랑으로서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표지부터 핑크빛인 《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이란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다. 일단 어린 십대의 사랑이었고 그 시대도 현재와 조선시대를 넘나든다. 느닷없이 물음표 거북이 나타나 이용에게로 나를 인도한다. <몽유도원도>를 보다 불현 듯 <운영전>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수양대군, 궁녀들을 만나고 있다 보면 도서관 속에 들어가 있는 나, 그리고 페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낯선 전개는 결코 낯섦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현재의 나와 연결되고 첫사랑이 시대나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그 평범함 진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은 중학생들의 사랑인지 알 수 없는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고 첫사랑은 대학생이된 그 시간에 나는 재수생이 된다. 그렇게 대학교를 늦게 들어가고 입대를 기다리며 그녀를 만나는데...... 그리고 안평대군의 궁에 사는 궁녀 운영은 어느 날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난다.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은 경계를 넘나들고, 마침내 그들과 같은 무리들은 큰 결심을 하고......

 

《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에는 중딩들의 사랑, 중딩들 부모세대간의 사랑, 그리고 조선시대의 사랑까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한다. 현실과 과거, 그리고 꿈을 넘나들며 어딘가에서 들었음직한 지명과 읽었음직한 내용들이 한데 섞여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이 책의 매력은 문장부호가 없다는 것도 인용구가 많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첫사랑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사랑의 영역에 잠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살짝 발을 들어 한걸음 옮기니 어느새 현실이다. 그렇게 우리 사랑은 끊임없이 내려 쌓일 눈을 기다리며 그렇게 긴 기다림이고 또 봄 볕 순간에 녹아 내리는 그런 봄 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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