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순간

깨침의 순간 - 영원한 찰나, 75분의 1초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2017년 9월

찰나의 깨달음. 과연 그 시간도 측정할 수 없는 75분의 1초. 그 깨침의 순간은 한 순간 그들의 뇌리를 스치듯 다가오지만 그들은 큰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이 제자에서 제자로 전승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가치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달마로부터 정법을 구하며 자신의 팔을 잘라낸 혜가, 일곱 살배기이나 이미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도신을 따라 출가한 홍인,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지만 큰 깨침을 받고 홍인을 이어 6대 조사가 된 혜능 등 ≪깨침의 순간≫ 이 책에는 불교의 법맥을 이은 마흔네 명 고승들의 깨우침의 순간들이 실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혼자만의 깨침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깨침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혼자만 긍정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깨침은 나 자신은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타인에게는 그 영향력이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찰나의 깨달음을 가치로 섬기고 오로지 한길로 걸으며 자신의 깨달음을 넘어서 더 큰 깨달음을 얻은 제자를 찾고 그들의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을 가진 고승들의 안목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깨침의 순간≫ 이 책에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내용들을 재미있게 읽혀지도록 옮겨두고 각 에피소드 뒤에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깨달음에 대하여, 그 고승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도록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고승들의 주요 업적과 그들의 가르침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 유익하다. 깨침을 통해 영원한 자유를 얻은 자유인들의 선담禪談을 통해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져야 한다는 것과 없는 것과 비어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깨달음에는 그 공간이나 나이,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두움 속에서도 밝음을 보고, 아주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고, 약함에서 강함을 강함에서 약함을 보며 삶을 연단하며 살다 영원한 자유인으로 돌아간 그 고승들의 삶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매순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지금, 내 마음을 흔들며 근본을 변화시켜 내 가치가 변하고 내가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깨달음이 왔으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