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았던 어린 시절, 반듯하게 지어진 도시 주택이 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울퉁불퉁 흙길 위로 자전거를 타다
아스팔트길 위로 달릴 때의 그 부드러움은 가파른 오르막길마저도 기쁜 마음으로 오를 수 있게 했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시골에서부터
한걸음씩 멀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시골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위생적이고 계획적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아버지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내가 자라났던 아주 불편한 기억이 많은 그 시골로 돌아가면 어떨까를 조심스럽게 고민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이다. ‘시골 수업’이라는 책 제목의 일부처럼 이 책을 읽고 나니 1박
2일간 귀촌을 꿈꾸다 귀촌에 성공한 분들의 강의를 듣는 워크숍을 마친 것처럼 매 짜임새 있게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실용적인 정보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귀촌의 꿈을 어떻게 실현시키고, 그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좌절을 재기의 원동력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성으로서의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극복했는지, 모두가 걱정하는 자녀 교육이라는 그 현실적인 고민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가 풍부한 사진,
이 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먼저 귀촌하신 분들의 담백한 목소리와 함께 잘 전달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꿈꾸는 모든 것을 현실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체감 적으로 배우게 된다. 하지만 꿈꾸지 않는다면
결코 내가 원하는 그 곳에 단 한걸음도 옮길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귀촌을 꿈꾸는 모든 사람이 실제로 귀촌을 하지는 못한다. 설사
어렵게 귀촌을 했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머물다 다시 도시라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분들의 상당수는 귀촌 그 자체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수입이 없어도 절약하면서 한 일 년이나 이 년 정도 농촌에 살아보자.’는 긍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셨다.
처음부터 멋진 전원주택을 짓고 거창하게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농가를 보수하고 타인의 토지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고 도시에서의 기획 능력 등을
농촌에 접목시켜 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파생사업을 추진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에는 취미를 어떻게 직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는지, 실제로 농가 주택을 선택함에 있어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하는지 등 아주 실제적인 정보도 많이 실려 있다.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며 어떻게 정착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은 귀촌을 꿈꾸고 있거나 이미 귀촌을 한 분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 늦기
전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담으며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