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 유병례 교수와 함께하는 시니어 한시 산책
유병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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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갈까? 서두르다 시원한 물에 머리를 감고 잠시 거울로 내 모습을 보고 시를 읽는다. 문득 거울에 비쳤던 내 얼굴이 스친다. 어쩔 수 없이 세월의 흔적들이 이마와 눈 밑으로 켜켜이 쌓이고 다가올 시간을 알려주듯 귀 밑부터 흰머리가 늘어간다. 그래도 괜찮다. 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오히려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이 책은 시를 전공한 유병례 교수님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1년간 방송되었던 원고를 정리하고 보충하여 책으로 펴냈다고 말한다. 부제가 ‘유병례 교수와 함께하는 시니어 한시 산책’이라고 되어있는데 아직 나는 시니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젊은 나이라 선택에 잠시 망설였지만 워낙 시를 좋아하고 함축적인 한시가 담고 있는 그 절제된 메시지를 좋아하는 터라 읽기로 작정하였다.

 

나는 감히 이 책 자체가 한 권의 완성된 시집이고 우리 삶을 더욱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수록되어있는 한시가 매우 폭넓고, 한문으로 되어 있는 한시 그 자체를 감상할 정도의 한자실력이 없는 나는 번역되어있는 그 자체의 시를 읽음으로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한시와 주제 및 소재가 같은 우리나라 유명인의 시, 가곡, 가요 등도 함께 소개되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다.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는 우리 인생을 노래한 한시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격정적인 여름날을 보내고 단풍이 짙어지는 가을을 살아가고 있거나 살아갈 우리 모두를 국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는 가을의 뜰로 초대하고 있다. 중국의 대문호들의 아름다운 시를 통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속에서 겪고 있는 많은 고민들 -퇴직, 인생 2막에 대한 부담감, 아름다움을 보고도 감탄하지 못하는 무뎌진 감성, 인생의 황혼녘을 맞이함에 대한 두려움-도 내 삶의 일부이고 또 행복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는 작가소개 페이지까지 포함하면 370 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작디작은 그 무엇으로 끊임없이 다투고 후회하는 내 삶이 그 무엇인가에 부딪칠 때 자주 꺼내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다. 운동은 못했지만 독서를 통해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그런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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