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골라주는 남자 - 18년차 여행작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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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본다는 말, 참 재미있는 말이다. 이제 하나의 말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맛을 읽는다’.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맛이 느껴졌다. 속풀이 해장국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그 진한 국물맛이 느껴졌고, 각기 다른 국물들에 몸을 담그고 있는 국수를 소개하는 글들에서는 그 야들야들한 면들이 입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오랜 기간 동안 그 맛을 지켜온 고마운 식당을 소개하는 테마에서는 엄마 손을 잡고 장터를 돌아다니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렸던 그런 유년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각각의 테마별로 소개되어있는 식당, 음식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황에 따라 배가 고파서 더 먹어보고 싶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른데도 그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괜한 욕심이 생기기도했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인 18년차 여행작가 노중훈 님의 글에서 아주 섬세한 맛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음식사진과 풍경사진은 마치 내가 지금 그 장소의 그 식당에서 그 음식을 먹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개된 식당과 음식은 몇 명의 사람만 들어가면 더 이상 수용이 안 되는 아주 작은 식당, 팔순의 주인과 칠순의 종업원이 운영하는 곳, 외딴 섬마을의 작은 식당, 서울 시장에 위치한 식당 등 다양한 스토리가 옴니버스 영화를 보듯 연결 연결되며 흘러간다. 소개된 음식도 과음으로 아픈 속을 쓸어내리며 뜨끈하게 목넘김을 느끼는 해장국, 바다에서 갓 건져낸 해산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는 어촌의 밥상, 우리들 집 주변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떡볶이와 김밥, 김치찌개 등 특별함이 없어 더욱 특별한 메뉴들이 소개되어있다.

 

내가 여행을 떠날 때 식당 골라주는 남자가 자주 동행하게 될 것 같다. 때로 여행을 가면서 여행지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즐거운 하지만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왠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식당에서 그 음식을 먹으면 여행의 즐거움과 다녀온 후에 뿌듯함이 커질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생긴다. 아주 정갈한 글과 사진을 통해 맛을 읽고 보며 나름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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