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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누군가에게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고 여행이다. 누간가는 떠남에 자유롭고 누군가는 기다림에 익숙하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네를 떠나지 않고 집안 곳곳을 과탄산소다로 청소하며 발코니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 브릿마리. 남편과 남편의 아이들을 키워오며 결혼 이후 그 어떤 직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브릿마리가 오랜만에 세상 속으로의 외출을 준비하고 마침내 실행에 옮긴다.
동네 곳곳에 매물 표지판이 붙어 있는 보르그에 도착한 브릿마리. 그녀는 이곳에서 ‘미지의 인물’이라는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은 휠체어를 탄 구멍가게 겸 자동차 정비소 겸 우체국 겸 피자 가게 주인, 시력이 아주 나쁜 브릿마리가 기거하는 집 주인인 뱅크, 경찰관인 스벤, 그리고 아주 에너지가 넘치는 몇 몇의 소년, 소녀들, 그리고 청년들을 만난다. 지저분한 곳은 과탄산소다를 뿌려 깨끗하게 청소하고 이제는 더 이상 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유리 세정제 팩신을 아쉬워하며 브릿마리는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그 낯선 사람들과의 어색하지만 따뜻한 동행을 시작한다.
브릿마리만의 화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어쩌면 지금의 시대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사람들과 접근하는 방법, 어쩌만 답답하고 고지식하다 싶은 성격을 책을 통해 느끼며 ‘과연 브릿마리가 이 낯선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얼마나 붙어 있을 수 있을까?’하는 괜한 걱정까지 가지게 되었다. 실수로 결원 공고가 난 작은 동네의 레크리에이션 센터 관리인으로 취업하며 그 곳을 청소하고 그 곳에서 낯선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패턴과는 조화가 되지 않는 자신의 규칙을 적용시키며 그렇게 어색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동거가 시작된다. 브릿마리는 보르그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과연 브릿마리의 여행은 어떤 결말로 다가오게 될까?
「브릿마리 여기있다」이 책은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는 그런 소설책이었다. 소설은 오랜만에 읽어보았는데 아주 매끄럽고 재미있게 마지막 끝장을 넘길 수 있었다. 재미가 있으면서 가볍지 않았고 생각할 여지를 주었지만 작가의 가치나 철학을 강요하지 않는 그런 소설책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그 곳이 나에게 가장 적합하고 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곳에서 정확이 내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릿마리가 찾아낸 보르그의 오래된 지도에는 현재 브릿마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빨간색 원으로 표시하고 있다. 우리가 공간적으로 있는 위치, 심리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위치, 실질적으로 내가 있는 위치, 타인이 바라보는 상대적인 나의 위치. 이 다양한 위치 중에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여 ‘가정에서 엄마로서의 위치가 나에게는 최상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직장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위치야.’, ‘내가 있는 이 곳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야. 최악이야.’와 같이 단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브릿마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간다. 주변에 적응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때로는 정직하게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상의 적응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읽어본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