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공유하면서도 우리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곳을 응시하며 나와 같이 사물을 사유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때로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이해해 줄, 그런 진정한 단 한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기대의 대상이 친구일 수도 있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나아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그 미래의 어떤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디아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의 첫 문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리디아는 죽었다. 메릴린, 제임스, 네스, 리디아, 한나. 이 한 가족의 다섯 등장인물이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을 끌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다섯 주인공 중 한 명의 죽음으로 이 소설이 시작되는 것이다. 과연 표면적으로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던 그 젊은 학생이 왜 죽어야 했던 것일까? 그 죽음에는 과연 어떤 사람과 사건이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로 책을 읽는 도입부에 깊은 의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다섯 명의 시각에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재해석해 나가고 있다. 세부적인 묘사는 내가 마치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그 현장과 그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그 가정이라는 울타리. 그 안에서 엄마 메릴린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아빠 제임스는 자신의 빛남으로 포장된 외면과는 다른 내면의 공허함을 그 어떤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조차도 금지 당했던 장남 네스, 자신이 진정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하기 이전에 꿈을 재단당한 리디아, 그리고 언제나 어린아이 같지만 위태롭게 이 가족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막내 한나. 이 들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 밖에 있는 이웃집 소년 잭. 그 들의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어가면서 소녀의 죽음을 파헤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을 통해 소설적 재미를 느꼈다면 그 각자의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고민을 함께하며 공감과 혼돈, 좌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늦기 전에 그 어떤 작은 것들이 보내는 신호에 감각을 집중하고 타인의 그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며 소중한 오늘을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묻어야만 하는 그 비밀과 오해, 나를 위해 살아갈 것인가 나와 관련된 가족과 현실에 타합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만나고 나 또한 작가와 그 가족들의 고민의 대열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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