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집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의무가 생기는 곳, 또는 돌아 갈 수 있는 안식처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즐겁고 만족스런 여행을 떠나 있어도 어느 순간엔가 집에 돌아가고 싶은 회귀 본능이 발동하고 전쟁과도 같은 회사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일과 후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에 안도할 때도 많다. 반면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불편한 사람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가야 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감내해야 하고 내 내면은 꾸역꾸역 감추며 외롭게 지내야 하는 곳이 또한 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은 제목 그대로이다. 이 집의 주인인 자신의 늙은 모습을 인정할 수 없어 늘 화장으로 지우지 않고 살아가는 여왕을 비롯하여 여섯 명의 여인이 집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엔가 그녀들은 그 집을 완전한 행복, 행복한 집이란 뜻의 셀레스티나라고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대추야자 열매를 먹으며 행복은, 햇살 눈부신 잔디에 앉아 과자를 먹는 것처럼 아주 작은 거야.”(본문 p.70)라고 독백한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의 처음 부분은 다소 읽어나가기 힘들었다. 개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 다소 낯선 문체...... 하지만 도입부를 지나 중반부, 종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에 집중이 잘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모여사는 집에는 아주 간단한 규칙이 있다. 그 집에는 어떠한 남자도 들어올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한 규칙. 배관공도 여성이어야 했고 페인트공도 여성이어야 한다. 때로는 동네 사람의 유쾌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여왕을 비롯, 이 집에 함께 살아가는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은 그들의 생활에 적응한 듯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함께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집의 주인인 여왕은 점점 더 늙어가고 남자를 포기했던 여자들 중 몇 몇은 다시 그 남자와의 관계를 갈망한다. 아들, 지난 남편, 새로운 사랑...... 모두가 남자와 관련이 되어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완전히 단절할 수는 있지만 그 단절을 영원히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자들만 사는 집에 유일하게 허락된 단 하나의 남성성 고양이. 이 책을 통해 소위 배타적인 커뮤니티가 아주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평범한 우리와 같은 공간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삶이 우리의 그 삶과 결국에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벨기에 출신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이 책. 남자 없는 삶을 통해 그 여섯 여성들이 추구한 바가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이런 선택을 하였는지, 그들은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어떤 삶을 살아갈지가 사뭇 궁금해지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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