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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요, 삼십육점오도씨
김현숙 지음 / 성안당 / 2016년 2월
평점 :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강렬한 열망이 생길 때가 있다. 누군가는 비밀스럽게 일기를 쓰고,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생각들이나 단상을 그냥 공기 중에 흩어버린다. 말할 용기가, 글로 남길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문장력은 둘째치고 이런 저런 걱정들, 예를 들면 당사자가 나중에 내가 쓴 글을 보고 오해는 하지 않을까? 내 벌거벗은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여 나를 오해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이러한 제한적인 생각과 염려의 기준에서 비춰볼때 <나눠요, 삼십육점 오도씨> 이 책의 저자는 아주 솔직하고 때로는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과 갈등, 회복의 과정을 적어나가고 책으로 새상에 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마치 저자인양 함께 화도 내고 웃기도하며 이 책과 함께했다.
옆 사람의 대화가 들려오는 카페에서, 나와는 일면식인 그 누군가가 그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늘여놓는 푸념을 몰래 엿듣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남자인 나로서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이라든가 결혼초기 요리로 인한 곤란한 경우는 겪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갈등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므로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나 남자인 나로서도 그 정서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눠요, 삼십육점 오도씨>는 누군가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필체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두 과거를 거름 삼아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그 과거가 상처였든 화려한 영광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리라. 긍정의 마인드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 이 모든 것이 우리 인생에서 하나의 과정이었고 발전을 위한 시련이었다는 것을 저자처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직 후 어려운 생활을 했던 저자의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도 이 책에 있다. 가장 가까운 혈육들과의 갈등, 이웃과의 관계, 저자의 과거 등도 이 책에 엮여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나의 일상과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행복을 담은 차기작을 기대하며 쑥스러운 서평은 여기까지.
기록되지 않을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