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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지금 참으로 소중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실수를 범하고 때로는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 못한 일들은 내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 해결하지 못한 사람과 사람과의 문제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명하고 또 용서하며 이해될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갑작스럽게 이 세상과 단절되어야 하는 그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이 책은 현재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돌아와요 아저씨> 원작소설이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로 보아도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 있는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숙제를 마치기 위해, 단지 며칠의 시간을 더 얻기 위해 자신의 장래(?)와 관련된 아주 위험한 거래를 한다.
일단, 쑥스러운 이 서평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 나름의 전제조건을 달아둔다. 일단, 종교적인 평가내지는 가치는 접어둔다. 그리고 일본 역사의 산물인 쓰바키야마 과장의 아버지에 대한 선택과 가치도 제외한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두 가지는 작품의 큰 줄기가 되는데 나는 그냥 이 책을 허구의 소설로만 접근하고 더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기로 한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에 순응할 수 없는 마흔여섯의 백화점에 근무하는 쓰바키야마, 초등학교 2학년 유타, 야쿠자인 다케다. 이 세 사람이 ‘상응하는 사정’에 의해 각자 현세로 내려와 자신이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을 아주 슬픈 상황에서 유쾌한 필체로 풀어나가고 있다.
쓰바키야마는 아주 현실적인 사정으로, 유타는 근본적인 사정으로, 다케다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현세로 내려온 것 같다. 한 가장의 가장으로 살아온 쓰바키야마, 죽어서도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이 걱정이 된다. 남겨진 부인과 아들......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에도 풀어야할 일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40대 중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가장들이 ‘오늘 내 삶이 끝난다면’을 전제로 생각을 할 때 가장 염려되는 일들일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즐겁게 향유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미련이 없는 삶이라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3일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어떻게 그 소중한, 제한된 시간들을 보낼까? 어쩌면 이런저런 욕심을 다 채우려하면 결국에는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슬픔을 가장한 웃음, 웃음을 가장한 슬픔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저녁 늦은 시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이 책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생각은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