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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 현대 미술을 만나는 가장 유쾌한 방법, 싱글녀의 오춘기 그림토크
권란 지음 / 팜파스 / 2016년 1월
평점 :
30대 중반의 싱글여성이 바라보는, 살아가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세상이 미술과 함께 어울러졌다. 하나의 미술 작품에는 최소한 3개 이상의 관점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그 미술품을 완성한 ‘작가’의 관점, 두 번째는 그 작품을 감상하는 ‘나’의 관점, 세 번째는 작가와 나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3의 관점’.
나는 미술품 보는 것을 참 좋아하고 또 느끼는 것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본 미술품에 대한 감상평을 따로 작성하거나 남에게 보여준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현직 기자로서 자신이 본 미술품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이 특별한 책을 읽으며 그 관점의 다양성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나도 25에는 20대가 꺾였다고 한 숨을 쉬었다. 스물아홉에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늘 노래방 끝 곡으로 불렀으며, 39에는 40대라는 ‘늦은 나이’에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품었었다. 그런데 나이가 생각처럼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했고 지금 이 순간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전혀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욕심’이었다는 것을......
「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미술」을 통해 아름다운 현대미술 24점을 감상했다. 그 작품 24점과 함께 기자로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 감성을 또한 공유 받았다.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림을 보며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대고 글자를 읽으며 내 생활과 과거, 현재를 대입하며 이 책과 하나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 몇 십 년 전 미술책에서 단 5% 정도의 비중으로 나왔던 그 작품들이 현재는 주류가 되고 아니, 그 주류의 배턴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현대 미술 – 회화,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 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낯설지만 익숙한, 난해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으로 다가서는 그 작품들.
일부 작품의 경우에는 참고할 만한 추가 자료가 소개되어 있어 유용하다. 이 책에 소개된 <세상의 저편>은 꼭 봐야겠다.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고 또 공유할 수 있는 작품과 책이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다. 디지털로도 무한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 디지털을 포용하고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아날로그가 아닐까? 순간을 기록한 사진과 영상을 종이에 담아 낸 책. 책이 있어 작품을 손에 들고 넘기며 볼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함은 물론 30대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