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컴퓨터로 서평 몇 글자 적으려다 앨범을 먼저 본다. 2년 전 어느 날, 엄마가 환하게 웃고 계시다. 지금보다 훨씬 생기가 넘치시고 젊어 보이신다. 지난여름, 금방이라도 내 곁을 떠나갈 듯 위태롭게 하루하루 보내시던 엄마. 지금도 곁에 계셔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곧 바람에 꺼질듯 그렇게 위태로우시지만 아직은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갈 수 있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함께 숨쉬고 계심에 먼저 감사들 드린다.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일은 저자인 ‘리사 고이치’가 49년 3개월 23일간 엄마와 같은 세상에서 호흡하면서 살아온, 엄마와의 시간이 마무리되기 14일전부터 엄마를 보내는 과정이 일기처럼 기록된 글이다. 64년을 부부로 지내며 아내를 보내는 아버지의 기록, 언니와 오빠의 엄마의 죽음을 보는 다른 시각도 기록되어 있다. 가장 정서적으로 가까운 엄마를 떠나보내는 그 과정이 위트와 함께 결국에는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나는 품위 있는 죽음을 희망한다. 인생에 계절이 있다면 나는 단풍이 절정을 지나 갈색으로 바뀌는 그 깊은 가을에 내 삶이 끝났으면 한다. 가장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그 아름다운 잎들이 땅으로 되돌아갈 즈음 나도 그렇게 품위 있게 내 삶을 마무리하고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하지만, 만약 내 앞에 죽임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연 품위를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나는 ‘리사 고이치’의 어머니가 하나님께로 가기 하루 전, 가슴을 쥐어뜯었던 그 일을 한 달, 일 년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을 읽으면서 사실 이 가장 슬픈 순간에 어떻게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하고, 장례식을 준비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모든 가족이 움직일 수 있을까 의아했다. 결국에는 내 나름대로 결론을 냈다. 가족 모두에게 각자 아름다운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치료 중단을 선언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머니를 인정하고 14일간 정성을 다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기쁜 마음으로 보내 드릴 수 있었으리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죽음을 향해 매일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 놓는다. 때로는 나를 위해 미친 듯이 시간을 쓰고, 또 언제부터인가는 남을 위해 내 소중한 시간들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어떤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지는 밝혀 말하고 싶지 않다. 각자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 삶은 나만의 살은 아니라는 것이리라.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일을 통해 곁에 계시는 어머니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온기가 느껴질 때 그 손을 더 꼭 잡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떠나심을 슬퍼하고 남겨짐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머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사랑, 남겨진 시간의 마무리에 대해 생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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