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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 공간과 빛이 주는 위안
안소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intro
처음 만난 세상
나는 늘 무언가를 관찰한다.
그 무언가는 대부분 생명을 지닌, 살아 있고 변화하는 자연의 존재들이다.
식물, 동물, 사람, 구름, 산책길, 노을, 바다, 산, 때로는 마음, 생각, 기분, 행동 등 주변에 펼쳐진 사소한 장면부터 거대한 풍경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고 신기하여 의문이 든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생겨났고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이나 종교라면 어느 정도 답을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공부하지 않는다.
공부는 어렵고도 귀찮거니와 이렇게 의문을 갖는 상태도 나름 좋기 때문이다.
궁금하고 신기하니까 자꾸 관찰하고 파헤치고 상상하며 흥미로워 하고 사랑하게 된다.
이론은 잘 모르지만 뭐 어떠랴, 뜻은 통하지 않더라도 살아 있는 생명들과 온기를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충분히 괜찮은 인생 아닌가.
지구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지만 파괴되고 멸종되는 현상에 늘 슬픔과 죄책감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잘 드러내지 않던 이런 나의 소박한 마음을 글로 남겨본다.
그리고 나를 위로한 한없이 따듯한 풍경들을 그리며 이 순간의 안온이 영원하길 바란다.
[국어사전]
안온 (安穩)
1. 조용하고 편안함.
2. 날씨가 바람이 없고 따뜻함.
outro
폭풍에서 고요로
휘영한 마음을 하얗고 부드러운 손수건에 담아 쥐고 아무 데로나 걸었다.
처음 딛는 길의 새로움을 놓칠세라 꾹꾹 눈에 담으며 걸었다.
겁이 날 때에는 눈을 감고 걸었다.
걷다 지칠 때면 걷던 그 자리에 누웠다.
따끈한 욕조에 몸을 담그듯 온몸을 땅에 묻었다.
깜깜한 밤 한기가 돌면 하얀 가루를 꺼내 작은 성냥으로 불을 지폈다.
불꽃위로 하얀 가루들이 사방으로 날며 빛났다.
가루 사이로 무수한 별들이 빛났다. 온 천지가 동그란 점들로 하얗게 빛났다.
어둠이 짙고 커질수록 점들은 더 빛났다.
어떤 어둠도 빛을 막진 못했다. 긴 밤의 시간이 빛과 함께 흘렀다.
불씨는 꺼졌지만 땅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피부는 찬데 춥지 않았다. 부드러운 모래가 포근했다.
오목하게 파인 땅속이 따듯했다.
고요했다.
아득히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다정했다.
모든 것이 온기임을 알았다.
미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울분했던 시간들이 미안했다.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이는 모든 것을 분명히 보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눈을 떴다 감았다 반복하여 모든 것을 보았다.
서로 무해하길 바라는 모든 마음을 보았다.
솟구치던 왜라는 의문이 잠잠해졌다.
어떤 폭풍에도 식지 않는 세상의 온기, 그것이 영원하도록 나는 사랑과 감사를 담아 계속 그리고 싶다.
이 책은 뭐지?
뭔가 고요하면서도 편안함을 선사하는
내 마음의 따뜻함과 충만감을 주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