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9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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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1 만세운동은 조선 민중이 하나되어
독립을 외친 역사적 사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거대한 외침을 통해 독립이 곧 이루어질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길처럼 치솟았던 독립의 열망은 사그라들었고, 남은 것은 체포, 투옥, 망명, 유학,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의 삶이었다.

상현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무력감과 상실감을 토로한다.

"거리를 지나가는 뭇 조선인들의 얼굴이 싫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29p)

상현은 유학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 속에서 뿌리내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방황한다. 독립이라는 거대한 이상과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시대의 희생양이자
번민하는 청년의 애환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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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9권에서는 시대적 격변 속에서 나타난 사상의 변화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신교육을 받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전통적 가치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신여성'의 등장은 기존 남성 중심 사회의 질서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들의 삶 역시 현실의 장벽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신여성이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가, 말똥머리나 하고 삐쭉구두만 신으면 신여성이냐, 만세운동의 앞장만 서면 신여성이냐, 학교 선생질이나 하면 신여성이냐,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면 신여성이냐, 뭔가 앞으로 문제가 상당히 많을 것 같단 말이야."(501p)
명빈이, 동생 명희를 보는 시각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에 대한 불편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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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준 엄마, 월선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뚤어져 가는 홍이의 모습과 죽음을 앞둔 용이가 부자간의 정을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조준구에 대한 서희의 복수가 생각보다 싱거웠던 결말.
가장 악랄한 형을 드디어 만나게 된 선량한 아우, 한복이.

역사적 비극은 단지 민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개인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 상처 앞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좌절과 체념에 머물 수도 있고, 아픔을 딛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선과 악, 독립투쟁과 친일 역시 결국은 선택의 문제였다.

9권 역시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 여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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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사철 눈 오는 곳에만 있이믄 푸른 풀밭 같은 것은 모리는 벱이고 반대로 푸른 풀밭에만 살고 있이믄 눈에 덮인 곳을 모릴 기다. 어디 사람만 그렇겄나? 만물이 다 그럴 상싶은데...... 양반 조준구나 상민 허상안이가 그중에서도 중뿔나게 나타났다 뿐이제. 저거들만 풀밭에 사는 줄 알고 저거들만 눈구덕에 사는 줄 알고, 그러니 천지가 넓고 사통팔방이라는 것을 모리기는 피장파장인 기라.(9권, 228~229p)

📚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옳다 해서 사람 사는 일이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천상이 아니니까. 노상 화살이 날아오고 총알이 날아오고 한시도 맘 놓고 못 사는 거야 짐승이나 인간이나 매일반, 사람 사는 것도 그렇고 한 나라가 시작되어 끝나는 동안도 그렇고, 급한 불 끄다가 볼일 다 보는 게지. 인성을 논할 한가한 세월이 언제 있었다구. 먹느냐 먹히느냐 싸움의 연속, 오히려 도덕이란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 속에서 시비되었던 게야. 먹는 것이 바쁜 백성한텐 도덕이라는 것은 오히려 사치였거든. 십 년 앞을 생각하고 백 년 앞을 못 생각할 것도 없지만 여섯 자에 못 미치는 인간들에게 너무 멀단 말이야.
(9권, 344p)

#채손독 을 통해
#다산북스 로부터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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