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작년쯤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성인의 나이가 됨과 동시에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사람들을 처음 인식했다. 성인이 된지 한참인 나도 당장 목돈 조금 쥐어줄 테니 이제부터 혼자 살라고 하면 어려운 일 투성이다. 기대거나 최소한 물어보기라도 할 어른이 없다는 건 나이가 얼마가 되어도 힘든 일이다.아름다운재단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했다. 저자는 캠페인의 기획 및 진행자로, 캠페인을 마친 후에도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전해져야할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내가 그들의 어려움을 처음 접한 시기 역시 캠페인 기간이었다. 매체를 통해 대중의 전반적인 인식도가 생겼다고 한다. 지원의 필요성이 알려진 만큼 정책적 개선도 시도되었는데, 내가 생각할 땐 수년을 투자한다고 해서 온전한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할 것 같다. 교육도 백년지대계인데 사람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단기간에 만들어질 리 없다. 해외사례에 비추어 오랜 기간 발전시켜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다.이 책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립준비청년 혹은 위탁아동 전체가 겪은 힘든 경험을 호소하는 콘텐츠는 많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유년 청소년기 경험은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역할이 크다. 어렵게 자란 어른 하나를 사회에서 한 명 분의 몫을 하게끔 만드는 것보다도, 한 아동을 충분하고 행복하게 자라게 하여 어른으로서 충실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사회에도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인생을 걸고 책임지는 일은 너무 가혹하다. 태어난 환경 때문에 윤택한 가정에서 누렸을 것들을 기본으로 갖추지 못한다는 게 가혹한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면서도 놓치는 게 있다. '기본'이 생계만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은 부분이다. 자립 후에 어떻게든 직장을 가지고 살 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바라는 삶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는 느끼지 않을 것이다. 태어난 환경때문에 그저 운으로, 내가 만족해야 할 삶의 수준이 달라진다면 좋은 사회가 아니다.🔖 좋은 부모라면 자녀가 단지 의식주를 충족하는 수준까지만 자립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p.49)읽으면서 마음이 동한 책. 정책의 방향과 효과를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하는 만큼,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