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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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전쟁만큼 인간의 삶을 통째로 파괴하는 참혹한 일은 없다.
어린 짐승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놀라운 직감과 따뜻함을 가진 동물원 사육사의 부인 안토니나조차도 하늘에서 퍼붓는 독일군 폭격기의 공격 앞에서는 짐을 꾸려 동물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란 참으로 서글프다.
그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유대인을 숨겨주어 목숨을 구한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기에 그녀와  남편은 분명 특별하게 용기 있는 사람들일 거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도 폭격이 시작되자 어린 아들을 안고 동물원을 떠나 낯선 이웃의 집으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은 경험을 한다. 불확실한 하룻밤의 안전을 걱정하는 그녀의 우울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것은 그녀가 외계인이 아니고 정신박약자가 아니라 우리와 크게 다를 바없는 일반인이고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녀가 너무 완벽하거나 특별했다면 훌륭하다는 감탄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왠지 거리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 역시 어린 아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아들의 우울한 유년기를 걱정하는 평범한 엄마요 여인이었다. 

전쟁의 광란에 힘입어 오만방자하게 생명의 존엄을 짓밟는 독일의 만행을 읽는 기분이 소름 끼쳤다. 그러나 그 거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인간을 지키려는 얀의 저항 투쟁과 안토니니의 헌신적인 돌봄은 시대의 어둠에 타들어가는 죽은 땅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살려낸다.
독일 군인들이 재미 삼아 쏜 총에 맞아 죽은 까마귀를 수거해서 고기 파이를 만들어 숨겨둔 손님들(유대인)에게 대접하는 안토니나의 행동은 그녀의 강인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감탄하고 존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릇 생명을 기르고 지키는 자의 강인함은 생명의 본성이며 근본으로서 어떤 위험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른 인간을 구하고 지켜낼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숭고한 헌신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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