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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4월
평점 :
나는 기본적으로 야망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는 항상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이왕에 할 거면 그럴듯하게 보이기를 바랐고, 자기의 역할이 남에게 영향력 있는 것이기를 원했다. 친구를 계속 그 메커니즘에 묶어 두는 것의 정체가 뭔지 분명하게 알면 그녀를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그때 "에고라는 적"을 만났다. 그 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싶은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저자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남보다 이른 나이에 연예 기획사의 이사가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며 미디어 전략가로서 성공의 대열에 입성했다. 자신이 선망하던 사람들과 어깨를 견주는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는 연이은 실패의 고배를 마신다. 그동안 이루었던 많은 성공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서야 자신을 절벽 아래로 밀어 뜨린 것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그는 말한다. 인생은 끊임없이 열망하고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의 반복인데 "당신이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믿는 잘못된 믿음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너의 에고이며, 이것이 당신의 최악의 적이다."라고.
에고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 소중한 것들을 유지하는 일, 성공의 지속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가장 치명적인 암 덩어리다. 에고는 진정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의 가치를 지워버리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그 자리에 앉히게 만드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남아있는 순간에도 이제 배울 것이 없다는 자만을 부추긴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타고 있는 장작에 기름을 끼얹으므로써 오붓한 캠핑을 아예 망쳐버리는 과욕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한 자기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빛나게 지원하는 일 따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으로 느끼게 한다. 하고 싶은 일, 주목받을 만한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면 도무지 살맛이 안 난다. 그래서 곧잘 상상 속에서 만든 자기 모습에 현실인양 도취하는데, 이렇게 만드는 것도 에고의 속성이다.
한마디로 에고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막는 눈에 붙은 금딱지다. 책에서 저자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열망, 성공, 실패라는 세 가지 항목을 설정하고 여러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매 단계에서 에고가 어떤 이름의 얼굴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에고를 억누르는 방법, 에고의 물꼬를 돌리는 방법 그리고 필요에 따라 에고를 포섭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면 비로소 자신 안에 잠재된 모든 것들을 적절하게 잘 쓸 수 있고, 위기에 봉착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인생을 항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고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해답은 냉철함을 유지하고, 탐욕과 집착을 삼가며, 언제나 겸손하고 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기 주변의 더 큰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스토아 철학과 고대 그리스 로마 사상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음도 밝혀두었다.
잘 풀리고 잘 나갈 때는 그 사람이 잘해서 잘 된 줄로 안다. 세상은 그 사람의 업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일이 꼬이고 보잘 것 없이 되면 새삼 그 사람은 원래 별것 없었던 것 아니냐고 다시 평가한다. 그것이 일반적이고 또한 그것은 맞다. 오랫동안 성실히 노력하고 준비했지만 끝내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쩌다 보니 잘 하는 일이 양호한 조건을 만나 크게 주목받기도 한다.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 관계가 아님을 안다면 사는 게 훨씬 편안하다. 하물며 노력과 성공이 그러한데 노력과 행복의 관계는 오죽하겠는가? 문제는 성공하기 위한 노력이어야 하고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어야지 목적을 지켜내지 못할 노력이라면 한낱 수고로움일 뿐이다.
실패를 통해서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에고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라는 그의 바람이 진실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화려한 허세의 모래사장 위에 집을 지을 것인가, 에고를 다스리는 마음을 배워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