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 삶의 끝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긴 인생의 말들
헤더 맥매너미 지음, 백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어떤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그 책을 쓴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럼 나는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고 들여다보고 싶어도 더는 소식을 들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 단절감이 죽음의 의미를 더럭 실감 나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책이다. 탈고를 마치고 다시 정리할 시간도 없이 저자의 손을 떠났고 이제sms 남겨진 사람들의 책이 돼버렸다. 무한할 수 없는 그래서 야박하고 절실한 생生의 오만함 앞에서 나는 나약함을 느낀다.

"곁에 없어도 함께 할 거야."가 이 책의 제목이다. 얼마 전에 종영한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항간에 대단한 열풍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도깨비를 그리워하며 자주 읊조리던 말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네 곁에 내가 있다는 걸 믿어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유한한 생명인 것을 알면서도 그 유한성에 굴복하지 않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곁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아마도 영원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영원을 약속하고픈 마음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헤더 맥매너미는 사랑하는 남편과 5살짜리 딸을 둔 35살의 여자다. 어느 날 갑자기 유방암이 발견되어 2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녀는 딸과 남편을 조금 더 오래 만나기 위해 끔찍하다는 말보다 100배나 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의연하게 견디며  딸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딸에게 들려줄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그리고 삶의 여정에서 딸이 맞이할 두렵고 힘들고 슬프고 기쁜 순간들에 함께 있어줘야 할 엄마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대비하여 성장하는 딸을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카드에 남기기로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딸에게 남기는 스무 장의 카드라는 포맷을 빌려 자기 인생을 빛내준 사람들과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을 사랑했다. 제프의 아내로써, 브리아나의 엄마로서의 삶도 사랑했다. 그 열정으로 우울하고 절망적일 수 있는 순간에도  죽음을 가까이에 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이었고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껴안고 끝까지 맞서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남기는 카드들이 딸 브리아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딸의 행복을 염려하는 엄마의 진심이 느껴져 가슴 뭉클하다. 엄마 헤더는 천국이 아닌 딸과 남편이 있는 이곳에 함께 있고 싶어 했다. 

나는 그녀의 이 말이 좋았다. "결국에는 다 잘 될 거야." 이 말 한 마디면 녹녹치 않은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강렬한 감정이 무수히 깔린 넓은 들판에 내 삶 전체가 펼쳐져"있는데 "나쁜 감정을 마음속 깊은 곳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서" 살았던 그녀가 암에 결려 죽음을 앞두고서야 "울고 나면 더는 슬프지 않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그녀의 말처럼 자기 안의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그것이 자신을 거쳐가도록 허용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렇게 더 강한 사람으로,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일랑 좀 더 일찍 좀 더 쉽게 깨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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