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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18회 창비청소넌문학상 수상작 #스파클 을 가제본으로 먼저 제공받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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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어나지 않는 큰 사건을 겪은,
주변 가까이에 있을 법한 인물, 유리와 시온.
눈송이가 소리없이 녹듯 잔잔하고 차분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내게 스며들었다. 눈송이는 소설이 흘러가는 내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 닿는 모습이 꼭 눈 내리는 장면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을 가만히 숨죽이고 바라보듯,
읽는 내내 나도 두 사람을 조용한 호흡으로 따라갔다.
각막을 기증받은 유리와, 그 기증자를 아는 시온, 그리고 유리의 동생, 영. 사고에 대한 각자의 책임과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는 유리의 가족. 등장하는 인물은 어느 하나 안녕한 사람이 없다. 모두가 불안하고 모두가 미안하다.
큰 사고를 겪고도 기적처럼 살게 되었고 각막을 기증받은 유리에게는 선물처럼 감사함으로 생을 살아가라는 유무언의 압력이 가득하다. 하지만 유리에겐 오늘 마주하는 삶의 무게가 더 크고, 오늘 마주하는 눈 앞에 미지수가 더 아득할 뿐이다.
오늘의 무게를 해결하지 않고선 내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떠밀리듯 가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제 힘으로 자기 결정으로 가려면, 그러기 위해선 자기몫의 분량이 있는 법이고, 유리는 제 몫의 분량을 외면하지 않는다.
외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힘으로 걸어가는 과정은 유리가 자기에게 각막을 기증한 기증자를 알아가는, 그에게 닿는 걸음에 담겨 있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유리와 시온이지만, 난 그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기증자 영준을 보는 과정도 좋았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다섯명의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청소년. 겉으로 드러난 건 그의 죽음뿐이지만 그 뒤에 감춰진 영준이라는 인물을 한겹씩 마주할 때마다, 누군가의 생을 속단하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정성껏 살아간 한 사람, 죽음 이후뿐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도 다른이들의 무수한 순간에 생기를 준 사람. 그의 삶을 안타까움이나 슬픔 같은 말로 단정짓거나 단언하지 않고, 생생하고도 생명력있게 상상하는 시간이 좋았다.
소설 속에는 여러 수학용어가 메타포로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미지수다. 미지수라는 알 수 없음은 불안이다. 회복 가능성이 미지수에 가까워진 유리의 동생, 영의 상태 역시 불안이다. 그런 불안은 어쩌면 불만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불신이 될 수 있다. 불안과 불만, 불신이라는 고통스러운 그 시간을 유리는 아무도 걷지 않는 눈길에 자신만의 발자국을 새기듯 꾹꾹 눌러 걸어가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인생의 모든 미지수가 미지수로 영영 남는 것은 아니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끝끝내 힘껏 풀어내고, 풀 수 없는 문제에는 얽매이지 않으며 털어버리는 힘을, 풀고 풀지 못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경로(루트)를 찾는 힘을, 되고 싶은 것에 앞서 바라는 일을 찾는 힘을, 유리를 통해 보았다.
어떤 이야기는 나를 이 자리에서 더 깊이 매몰되게 하는가 하면, 어떤 이야기는 나를 저 먼 자리로 데려간다. 닿지 못할 것을 상상하게 한다. 이 이야기, 스파클-은 후자고,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 어떤 이의 마음이라면, 이 소설은 나를 유리, 시온, 영준이라는 인물의 마음까지 데려다 주었다.
#스파클 #최현진 #창비 @changbi_in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