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품절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
성경 예레미야 3장 25절 말씀-5쪽

OJ여사가 마테 차를 또 한잔 만들어 나작가에게 건넸다.
"여기, 지구 반대쪽 끝까지 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으려 들거나, 아니면 모진 마음을 먹고 뭔가를 버리려 하거나. 어느 쪽이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거지."
원포토가 빨대에서 입을 떼었다.
"그런데 손님, 손님은 찾으러 왔어? 아니면 버리러 왔어?"-200쪽

"여기를 ‘세상의 끝’이라고 하잖아. 그럼 여기서 가장 먼 서울은 세상의 시작일까?"-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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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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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힘들 때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해.

그곳에 가면 새로운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야.
그런데 세상 가장 먼 곳으로 도망을 와도 달라지는건 없어.
그곳 사람들에겐 신기할 게 하나도 없는 지루한 일상일 뿐이잖아. 
 


책의 뒷표지에서 이 글을 봤다. 그리고 충격을 받아버렸다.
그래. 힘들어서 떠난 곳에선 또 다른 힘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일 뿐이잖아.
결국 그 새로운 희망은 내 속에 있는데 말이야.
그걸 이제야 알아버렸구나. 나.


신선하다. 여행서&비소설&소설&자기계발서 느낌이 믹싱된 새로운 스타일의 하이브리드형식이라고 들었긴했지만 막상 책을 손에 쥐었을때는 그걸 깜빡 잊어버린 채 평범한 여행서를 생각했다. 첫 한 두페이지를 읽을때만해도. 음? 저자가 좀 잘사는 사람인가? 아닌데. 저자는 여잔데? 하며 저자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뭐지? 저자의 상상으로 시작되는건가???
그제서야 아....하이브리드......이거 소설이구나. 하고 알아버렸다.

뭔가를 찾으려고 또는 뭔가를 버리려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 oj에 묵으면서 그 사람들 각각의 찾는 과정, 버리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공간, 건물, 지명등이 그대로 쓰이고 간단한 설명이 주석처럼 달려있다. 이 부분은 여행서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여행지를 소개받는다. 그런데 그런 느낌은 좀 있다. 여기 열 곳의 관광지가 있으니 이 관광지를 다 넣어서 글짓기를 해봐 식의. 하지만 그런 느낌은 내가 좀 의식했기때문.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괜찮아진다.

보통 여행서를 읽으면 독자는 관찰자가 된다. 책의 저자가 여행하는 곳을 그저 책 밖에서 부러워. 나도 가고 싶다.라며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주인공들 몇발자국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사람이 되게 한다. 주인공과는 모르는 사이이지만 흘깃흘깃 관심이 가고 주인공은 어디를 가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그렇게 내가 책속에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에서 걷고 있는 것이다.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어떤 느낌의 영화가 나올지 좀 어렵다. 국내영화중에 이런 느낌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잔잔한 일본영화의 느낌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아... Before Sunrise와 Before Sunset이 문득 생각이 난다.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이런 쓸쓸한 느낌을 표현해줄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게다가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하고 털털하고 강하기도 하고 아픔도 있는 oj여사를 맡아줄 중년의 여배우는 누가 있단 말인가. 아..내가 왜 이런고민까지 해야하지.. 
 

 

엔젤트럼펫(angel trumpet)이라는 꽃을 키운다. 일명 천사꽃. 어제 꽃이 피었다. 분명히 저건 천사의 모양을 한 악마의 꽃이다. 낮에는 향기가 전혀 없는데 해가 지면 꽃향기가 진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신기하게도 새벽이 되면 사라진다.
이 꽃 모든 부분에 독성과 향기가 있어서 과거 주술사에 의해 환각작용제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어제 저녁부터 밤까지 몇시간만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미칠듯이 뒷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그러지않았는데도 내일 마저 봐야지하고 책을 내려놓고 또 5분도 되지않아서 책을 집아들었다. 이 책 뭔가 이상한 끌림이 있다. 지금생각해보니 딱 천사꽃이 왕성히 활동 하는 그 시각이다.

책에 빠졌던 건지.
향기에 빠졌기 때문에 책에 빠져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그랬다.
즐겁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는 책.
끝은 나름 해피엔딩으로 엔딩이 어둡지 않았는데 나는 왠지 쓸쓸.
하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이 우울한 느낌.

어느새 시각은 자정이 되어가고 천사꽃의 독한 향기에 취하며 마지막장을 덮었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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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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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저마다 기억하는 첫여행이 있죠? (에이~ 수학여행 이런거 말구요. 정말로 자신의 첫여행이라고 부를만한 여행)

전 대학생때의 서울여행이 첫여행이였어요. 뭐 물론 서울사시는 분들은 에걔? 겨우 그거?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부산에서는 제일 먼거리의 도시이니깐요. 게다가 6시간이나 가는 무궁화기차만 해도 왕복이면 6만원은 드는데. 기타 경비까지 더하면 그당시 알바비로 모을수있는 돈으로 치자면 큰돈이였죠. 그 짧은 2박 3일동안 할 건 많고, 가볼데도 많고, 돈은 아껴야하고, 가방은 무겁고, 그래도 젊으니깐. 그 젊음 하나 믿고. 대중교통과 내 튼튼한 두다리만을 믿으며 경기도와 서울을 종횡무진하며 돌아다녔죠. 

몇년 후 다시 찾은 서울 

까페에 앉아 몇시간동안 그저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서점가서 책을 보기도 하고,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보기도 하고. 이렇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저를 발견했죠. 

그녀 또한 여행을 다니다가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목적으로 식사는 햄버가와 바게트빵정도로 때워버리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시장의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거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페인어는 모르지만 스페인식당의 메뉴판은 읽을 수 있는 실력이ㅋㅋ

그녀가 발견한 주제도 꽤나 훌륭하네요. 음식. 그것도 사람냄새나는 시장통의 음식. 작가는 굉장히 용감한 식성을 가졌습니다. 달팽이에 참새구이에 돼지내장탕에. 가리는 것 없네요. 하지만 홍차, 푸딩, 커피등을 좋아하기도하구요.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음식또한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헥헥거리며 보고 있더랍니다. 참고로 저는 홍콩스타일인가봐요. 호텔의 3층 티세트와 완탕면과 딤섬은 그저 저를 녹여버리네요.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아쉽다면 사진이 주로 시장이나 실내식당이다보니 많이 어둡네요. 보통 예쁘게 맛있어보이게 디스플레이된 사진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 책은 조금 낯설꺼에요. 그리고 그녀가 간 식당이나 시장에 대한 지도나 위치, 전화번호 그런것은 자세히 다루지않고 있으니 이 책을 읽고 거길 가야지 하는 분들은 충분한 웹서핑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훑어읽기식의 간단한 음식책입니다. 하지만. 아, 이나라에선 이런걸 이렇게 먹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는 식문화여행책입니다. 무조건 돈 아끼고 싼거 사먹고 이런 젊은 여행도. 박물관만 찾아다니는 여행도, 공연을 보기위해 헐리우드로 가는 것도. 하다못해 명품쇼핑여행도. 모든 여행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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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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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나라에선 이런걸 이렇게 먹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는 훑어읽기식의 식문화여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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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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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확 끌려버린 책 있으신가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고양이가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인지

사람이 고양이에게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를 이 느낌.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이 느낌.

이 느낌때문에 확 끌려버려 구입해버리고만 책입니다.

 

작가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어 그들의 생활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전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길고양이라고 하면 불길하다, 지저분하다, 도둑고양이다라며 인간들 마음대로 불러버리죠.

로베르 드 라로슈의 <나보다 더 고양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와요. (저자와 고양이가 대화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책.)

"특히 왼쪽에서 튀어나오는 검은 고양이와 마주치면 재수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을 나 역시 많이 알고 있거든."

"당연하지. 왜냐하면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검은 고양이를 겁먹은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차에 치이게 되니까!"

이렇게 길고양이는 아무런 죄가 없는 착한 아이들인데 인간들 마음대로 도둑으로 정해버린거라니깐요.

 

작가는 이런 고양이를 대신하여 길고양이는 나쁘지않은 아이들이라는 것을 대변합니다.

이 책의 작가는 참 세심한 분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고양이라는게 참 친해지기 쉽지않은데 오랜시간 공을 들여 친해진것도 그렇고.

책속에서도 그 세심함이 드러납니다.

소제목마다 작은 그림을 그려넣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인간적인'이라는 말을 '고양이적인'으로 바꾸는 센스도.

 

아쉬운점이라면

에피소드가 좀 적었습니다.

고양이를 찾아준 아이, 버리는 아이, 쫓아내는 할아버지, 고양이 하우스, 쥐를 선물한 고양이등의 몇가지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이야기들의 반복이네요.

 

그래도 소장가치는 충분한 책입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또 애완용고양이를 키우지만 길고양이는 싫어하는 그런 사람(분명히 있을꺼에요)이 보면 더 좋을 듯합니다.

 

그런 친구를 본적 있어요.

고양이를 키우더니 매번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고양이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더니

몇개월 후 들려온 이야기에 기가 막혔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져 힘든 그저 그 마음때문에 가족같이 예뻐하던 고양이를 다른 곳에 분양했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를 그저 생명이 아닌 장난감으로 여겨버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은근하게 하지만 분명히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책입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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