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 :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6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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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의 창조, 호퍼

 

현대인들의 고독함에 대한 많은 문학 작품들이 존재한다. 글로써 표현하기도 하고 공연으로 차오른다. 현대시대의 모습은 어째서 고독함의 표상이 되었을까? 그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내가 읽은 네 번째 마로니에 북스 아트북 시리즈 <호퍼: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 편이다.

 

호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아마, 그림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에서 끝났던 것 같다. 그의 그림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대체로  채도와 명도가 낮은 톤의 묵직한 표정과 풍경이다. 그의 그림이 그럴 수 밖에 없던 것, 그리고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고독함'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 책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호퍼가 활동 했던 시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로 넘어가던 시절, 즉 산업화가 활발해진 후, 나라별로 도시화가 급격화 되면서 미국으로의 이민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때이다. 그러면서 각 강대국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냉전이 펼쳐졌고 급기야 제 1차 세계 대전이 생기고야 말았다. 게다가 국제 관계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은 전쟁의 여파로 약해지고 미국이 곧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은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날 대공항이 생겼던 것이다. 절대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던 세계의 도시화 시기였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그 고독을 일반인들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호퍼도 그랬다. 그의 그림에는 유달리 누드화가 많이 등장하는데, 왠지 도시화가 급격해질수록 태초의 자연 상태, 즉 소박하고 친근했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었나 한다. 호퍼가 그 당시에 마천루를 소재로 삼지 않은 유일한 화가였다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어둡지만 친근하다. <이른 일요일 아침>이라는 그림에서도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귀여운 마을의 풍경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가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또한 <햇살이 비치는 카페>라는 그림에서는 그와 그의 아내 조가 프로이트 사상에 심취하여 그것을 일상용품에 적용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호퍼는 예술적으로 많은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역사 공부와 더불어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 그의 작품 세계에 등장하는 평생의 동반자 '조'에 대한 사랑도 큰 감동이었다.

 

역시 미술책은 언제보아도 즐겁다. 설렁 그 그림들을 크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마로니에 아트북 시리즈는 언제 보아도 탐나는 책이다. 구성은 다른 책과 동일하고,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이 상당하다. 아직 호퍼를 탐닉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이 책을 통해서 호퍼의 작품 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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