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395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결혼에 대한 설득, 로맨티스트 앤의 이야기

 

제인 오스틴. 그녀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세계적인 여류작가가 되었다.  특히나 여성들의 섬세함에서 강인하고 자유분방한 면모들을 깊이 파헤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가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은 단 6편뿐이다. 그는 '제이나이트'(제인 오스틴의 팬들) 부류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그의 작품이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리메이크 되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유일하게 <오만과 편견>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고전선집의 <설득>이란 작품이다. 그녀의 6번째 작품 중에 마지막이라고 한다. 사실 다른 작품보다도 이 책의 제목이 이끌렸었다. 설득이라는 말이 전형적으로 고전적 느낌을 풍기면서도 간결하고 깨끗하며 절제미가 돋보였다. 요즘 나오는 작품들에서는 오히려 이런 고전미가 풍기는 제목을 찾기가 더 어려운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껏 몸에 베인 현대소설의 감을 살포시 놓고, 딱 유럽의 고전시대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서머싯 주에 자리 잡은 켈린치 홀의 주인 월터 엘리엣 경은 신분 차이에 민감하고 허영스러운 인물이다. 그에게는 3명의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꼭 닮아버린 첫째 엘리자베스, 우리의 주인공이며 로맨스 적 가치를 꿈꾸며 전통적 사회 풍습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둘째 앤 엘리엇, 그리고 항상 병이 있다고 상상하는 셋째 메리이다. 앤은 아버지와 언니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사랑했던 남자인 프레데릭과 약혼을 하였지만 철석같이 자기편이라고 믿었던 돌아가신 엄마의 친구 레이디 러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헤어진다. 지금이야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만, 당시의 여성들은 사랑보다는 명예, 로맨스보다는 가족이 중요할 때가 아니던가. 하물며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작품인 <센스 엔 센서빌리티>, <오만과 편견>도 그렇다. 시대에 굴복하지 않은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울타리에서 사회와 개인의 중심 잣대를 두고 심각해져버린다. 그래서 그들이 오히려 더 빛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앤에게도 희망은 있었나보다. (앤이라고 하니 자꾸 빨강머리 앤이 떠올랐다) 생각 없는 아버지 덕분에 집을 팔게 되었는데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바로 프레데릭의 매형이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지 않은가. 가족들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던 앤에게는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그래서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 앤 엘리엇은 얼마나 웅변적으로 열변을 토하고 싶었을까! "

 

확실히 고전 소설이라서 현대 소설과는 읽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처음부터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에 대해서 줄줄이 설명하는가 하면 언제 설명했느냐는 듯 빠른 서사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한 문장 한 문장을 놓칠 수 가 없었다. 그런 반면에 저자의 서술이 상당한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상세했다. 직설적이며 절대적 주인공의 내면에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철저히 나도 앤이 되고야 말았다. <설득>이 1995년도에 영화화 되었던데, 아직 보지 못해서 몹시도 궁금해졌다. 충분히 영화라는 매체에서 표현해도 아름다웠을 것 같다. 즐거운 고전 읽기의 즐거움 덕분에, 다른 고전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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