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잔씨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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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세계를 평정한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

 

 

 

다양한 미술책을 만났었다. 미술가 한명씩 소개하는 마로니에 북스의 ‘ARTBOOK' 시리즈도 있었고, 영화와 미술을 말하는 책도 있고, 그림 애호가로 가는 방법에 관한 책도 접했었다. 특히나 움베르트 에코의 ’미의 역사‘ 책과 같이 백과사전 같은 책마저도 두리뭉실하게 훑은 적도 있다. 그런 미술관련 서적들을 만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있다면 화가들에 대해서 또는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매우 쉽게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가들에 관한 책에 눈길이 간다. 미술을 특히 좋아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의 세계여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안녕하세요, 세잔씨> 는 톡톡 튀는 제목답게 발랄하고 쉬운 구석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폴 세잔의 인생에 대해 면밀히 찾아내어 마치 여행을 가듯 여행과 미술의 흔적을 찾아서 그를 소개한다. 새롭게 알게 되는 폴 세잔에게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넨 뒤 그 속으로 스며들었다.

 

폴 세잔. 그는 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천재 화가이다. 은행장이신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그가 꿈꾸는 삶은 화가란 거추장한 인생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림에 대해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가 단호하고 충격적인 편지도 보내면서 그를 호되게 다그쳤다. 또한 그가 인정한 진정한 스승인 카미유 피사로를 만나면서 거칠고 어두웠던 작품 세계가 점차 인상주의로 접어들 수 있었다. 이처럼 그는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어쩜 세잔에게는 이렇게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사람과 떨어져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이 책의 구성 중에서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은 세잔의 모습을 담은 곳곳의 실제 사진들이다. 사실 실제 사진을 담아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책의 중심에는 현재에 과거를 빌려와서 현재인 듯한 느낌을 준다. 엑상프로방스를 비롯한 그림의 장소들도 모두 촬영하여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크게 한 몫을 한다. 이 책은 그냥 누군가의 전기이거나, 미술 작품에 대한 예술 책이 아니다. 그 모두를 복합한, 프랑스의 세계의 여행기인 것이다. 그가 다닌 샹티이, 오베르쉬르우아즈, 퐁투아즈 등의 일드프랑스의 모습이 어찌나 환상적이고 아득한지! 그림과 일치하는 현재의 모습이 너무나도 완벽하여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퉁명스러운 사람으로만 여겼던 폴 세잔에 대해서, 진짜 제대로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몇 번이고 강조하게 되는 것은 의외로 그의 전기를 쉽게 풀어썼기 때문이다. 세잔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리스 드니의 작품 ‘세잔에의 경의’라는 작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만일 <안녕하세요, 누구누구씨> 시리즈가 나온다면 냉큼 당장이라도 모을 것이다. 그만큼 느긋하고 풍만한 책의 가치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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