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 검은 관능의 시선 마로니에북스 Art Book 9
파올라 라펠리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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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음과 어둠이 묻어나는 예술, 고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행위일까. 상태를 묘사하고 감정을 드러내면서 예술로 승화 시킨다는 것은 화가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문든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들에게 그림은 인생 모두를 건 표현의 완전한 수단이었을 것이고, 그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는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교감의 매개체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림들은 다양한데, 특히나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삶의 풍파를 담아낸 독특한 화가 고야의 미술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아트북(ART Book) 시리즈’ 중 하나인데, 최근에 보았던 루벤스 책 이후에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책이다. 고야에 대해 ‘검은 관능의 시선’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꽤 적절한 반응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사실, 고야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것만 알 뿐 자세히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꼼꼼히 읽으려고 다짐하면서 읽었다. 화가의 그림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그 사연을 안다는 것은, 그림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도 된다. 물론 보인대로, 느낀 대로 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배경지식을 품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더 쉽게 와 닿을 수 가 있다. 그래서 난 이런 책이 좋다.

 

고야의 일생은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다. 에스파냐의 화가로써 전기에는 후기 로코코 작품 성향을 띄었고, 그 다음에는 차츰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 세계를 구축하였다. 후기 로코코 작품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돈 루이스 왕자 일가’ 이다. 직접 보았더라면 더 흥미로웠을 작품인 듯 보인다. 이 책의 앞표지 모델이기도 한 한 흑인 남자의 얼굴이 바로 이 거대한 유화 작품 안에 있었다. 처음엔 고야인줄 알았는데, 그는 이 왕자 일가의 한 노예의 모습이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완벽함을 추구하려 했던 고야의 시선이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서 어두운 면을 본다. 나 역시도 뭔가 어둡고 칙칙하고 고뇌에 쌓인 그림들만 기억하였다. 하지만 고야의 명성이 높아가던 무렵에 뛰어난 사실성을 발휘한 작품인 ‘아이들의 놀이, 등 짚고 넘기’ 등은 정말 풋풋함과 생생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만인이 좋아하는 인상파 그림들의 빛의 예술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랄까. 그는 확실하게,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이 아트북 시리즈는 한 화가의 엄청난 작품들을 얇은 책 한권으로 모두 읽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가진 듯하다. 그래서 소장가치를 넘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눈을 즐겁게 해줄 만하다. 책에 대한 욕심이 또 쉴 틈 없이 솟구친다.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도 냉큼 만나보고 싶어졌다. 고야를 이해하고 고야를 만나고 고야를 느낀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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