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습격 - 영화, 역사를 말하다
김용성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와 역사는 뗄 수 없는 관계,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

 

  어릴때부터 난 영화 삼매경에 빠져 살았다. 영화가 내 인생의 전부인 양, 처음 비디오를 샀을 때 부터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디오 가게를 들려서 한편을 빌려와 새벽까지 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였다. 공부라는 억압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다는 것이 내게는 영화였다. 그만큼 나에게 무한의 상상력과 풍푸한 감성, 그리고 인생의 가치를 모두 알게 해 준 선생님과 같았다. 그런 영화에서 특히나 역사가 그대로 담긴 영화들을 매우 좋아했다. 역사라는 교과목 마저도 사랑했기 때문인가 보다. 둘이 만나면 난 왜 그렇게 침을 흘리면서 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건 이 책 '제국의 습격'에서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격동의 동아시아와 혼혈의 땅 라틴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쟁탈전, 아프리카의 꿈이란 큰 타이틀로 나누어져 있다. 그렇다. 우리가 세계사 에서 배웠던 수많은 비극의 역사 중에서도 대륙별로 가장 가치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들을 뽑아 놓은 것이다. 이 소재들은 영화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당히 좋아하기도 함을 난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역시도 이상하게도 유독 이런 소재에 끌려서 미친듯이 리스트를 뒤져서 찾아 보았다. 살아숨쉬는 현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였다 보다.

 

  각각의 타이틀에는 유명한 영화들이 여러편 소개되어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작품들은 '색 계'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 '중앙역' , '크래쉬' , '블러드 다이아몬드' , '호텔 르완다' 등이다.  모두 내가 아주 감명깊게 본 영화들이기 때문인데, 어떻게 이렇게 아프고도 슬픈 소재들을 가지고 이런 멋진 영화들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한국영화는 단 한편인 '한반도'만이 소개되어있지만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느낌이 오질 않았다. 그래도 한 영화를 집고 그에 속한 나라에 대해 소개를 하는 부분은 너무 좋았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계의 나라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영화책은 많지 않았던거 같다.

 

  가장 반가운 영화는 '중앙역'이였다. 사람들이 쉽게 알지 못할 만큼 인기를 누린 영화는 아닌데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덕분에 알게 되었다. 브라질이 배경이였던 이 영화는 한 여교사와 꼬마 남자 아이의 우정을 진하게 그린 감동의 드라마이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도 되어있지만 저자가 직접 느낀 대륙의 노스탤지어에 대한 평이 가히 훌륭하다. 현대 브라질을 상징하는 영화였단 말인가. 명장 발테르 살레스 감독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엇지만 브라질이 흑인과 흑인 혼혈이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일 줄은 전혀 몰랐었다. 역시 역사를 알면 영화가 보인다. 그리고 머리가 틔워지고 가슴이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맘에 드는 점은 그 영화 속에서 놓치기 쉬웠던 그 흔적들을 모두 찾아준다는 점이다. 포르투칼과 브라질에 대한 관계를 설명해주는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와 브라질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영화를 보는 시각에 매우 높아질 수 있음이 자명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되버린것 같다. 사실 전세계의 모든 현상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미디어물인 영화를 보고 그것을 판단하게 되면 큰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다루는 것은 독자들이나 관람객들에게 무척 조심스럽고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가이드 라인을 잡아주기엔 더없이 훌륭하다. 깔끔한 구성도 구성이지만 절대 진부하지 않게 흥미를 돋구고 있어서 영화를 한 층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들 중에서 내가 놓친 영화들이 더러 있는데 그 영화들 까지 모조리 찾아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면 알수록 더 깊게 빠져드는 역사와 영화의 세계, 다른 모든이들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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