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실 카스트
스즈키 쇼 지음, 혼다 유키 해설, 김희박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중학교 사회시간에 인도의 계급사회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다른 과목들과는 달리 사회시간에는 집중력이 배가되어 수업 참여에도 적극적이었고, 당연히 성적도 잘나왔더랬다. 인도의 계급층을 뜻하는 명칭은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카스트’ 와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인도의 계급명칭에 본 따 만들어졌기에 이것이 주어가 되어야겠지만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이 책이 중심이 되어야하지 않나 싶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백정 양반 등 큰 틀로 나뉘는 계급층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랬던것일까? 한창 한국사를 배우고 난 뒤 접한 세계사였기에 비슷한 내용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 당시 이와 같은 계급제도를 접하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라는 생각만 시종일관했던 것 같다.
오늘날 과거와 같은 사람과 사람간의 계급층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엔 그 잔재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학생들간의 폭력, 왕따 등등의 문제도 다 ‘카스트’ 의 잔재가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문제들이다.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고 있지만 이건 사람의 동물적인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100%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약육강식이 성립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구도는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할 아이들에게 만큼은 물려주지 말아야할 열성 유전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인 스즈키 쇼이다. 사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도 교실 속 카스트 문제가 더 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왕따’, 일본에서는 ‘이지메’ 라고 불리는 그 문제의 단면을 낱낱이 밝히는 책이었다. 원인을 찾아내고, 문제를 제기하고, 더 심층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전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 주변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현명하게 문제를 대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꼭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학생들을 통해 설문을 하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문제를 다뤄냈기 때문에 굉장히 중립이 잘 지켜진 책이었다. 특히 중간중간에 서로간의 대화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가미된 구성은 아이들이 읽어도 난이도상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최근에 학교 내의 카스트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 등도 꽤 많이 방영된 것으로 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학교 2013’ 과 ‘여왕의 교실’ 이외에 ‘송포유’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어준 전 2작과는 다르게 송포유라는 프로그램은 그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를 감싸주는 프로그램이라며 비난으로 난도질을 당했지만 이것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카스트 제도’ 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한 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았던, 아니 외면하고 방관했던 이 문제가 이 책을 통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박멸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해당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최소화되고 이 잔재들이 서서히 사라져갈 수 있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