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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조금은 서툰 당신에게 - 불안을 행복으로 바꾸는 26가지 마음 레시피
우사미 유리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큰나무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불안을 행복으로 바꾸는 26가지 마음 레시피.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한 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불확실한 미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요 근래 계속 했다. 마음속의 불안감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 전부터 품고 있었던 것이지만 단순히 생각이 아닌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내 속에 잠식되어 있던 또 다른 불안감을 깨운 느낌이었다.
솔직히 가슴속에 품고 있는 감정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발현된다. 그래서 그 불안감을 떨쳐내는 것도 현실적인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는 결과물이나 목표, 구체적인 계획 등이 밑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어보니 몇 일전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이라는 에세이집을 읽은 기억이 불현 듯 떠올랐다. 책에 다루는 주제는 차이가 있었지만 의문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시켜주는 형식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도 계절을 타는 것인지 가을은 마성의 계절 같이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곤 한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한껏 심란해진 마음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을 야기하고,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시켰다. 솔직히 책으로 깨달음을 얻을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형식에 맞춰 써놓은 글을 읽는다는 것으론 마음의 위안을 삼기 힘들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책을 읽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변화의 기회라도 얻겠거니 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원동력을 얻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구성은 굉장히 편했다. 마치 저자와 내가 서로 대화를 통해 나 우리 인간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26가지의 레시피로 소개되는 주제들 모두 누구나 한번쯤은 이 문제들을 두고 고민을 해봤을 법한 싶은 것들이었다.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달까? 여기에 26가지의 주제들을 레시피라고 소개하는 것도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시피라는 말이 들어가니 뭔가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지 않는가?
불안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행복이라는 요리를 만든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문구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며 생각한 결론이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는 그 불안감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물론, 불안들이 모여서 행복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인 말일지 모르겠으나 이 책이 시사하는 ‘불안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은 단순히 불안을 모아서 합치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바꾸는 그 방식임을 전제하였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발상이라고 생각을 했다.
우사미 유리코의 여리고 조금은 서툰, 당신에게. 표지에 130만 부가 판매되었다는 문구를 보고 도대체 이 책이 어떤 책 이길래? 하는 의문점이 든 것이 사실이지만 읽어보니 확실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판매 수치가 저자의 자국 일본에서의 이룩한 수치라면 거이 100명당 1명은 사서 읽어본 책이니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어쩌면 행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불안감과 중압감 때문에 완전한 내려놓음을 실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완벽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굉장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완벽의 수치는 모두 다를 수 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동안 괜찮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알려준 내용들을 잊고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일 때면 다시 한 번 뒤적거리며 읽을 수 있을 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