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서울.수도권 (2013년 전면 개정판) -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 ㅣ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박미경.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걷기 여행이 하나의 붐을 이루고 있다. 필자의 부모님께서도 그 붐에 합류하셨다. 걷기는 육체적 정신적인 부분들을 모두 아우르는 활동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데, 나 또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때 조용한 산길이나 숲길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또한 마을 강 주변 뚝방길에 어르신들께서 맑은 하늘아래 형형색색의 풍경으로 어우러진 자연속을 누비시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평온해짐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전문적이고 정기적인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걷기 코스도 다소 한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부모님께서도 마을 어르신들께서도 산악회에 가시지 않는 이상 항상 같은 코스를 맴돌고 계셨다. 어느날은 부모님께서 “같은 곳만 다니니 지루하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나 또한 이것에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든 항상 같은 일을 하는 것 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의욕도 앞서고, 흥미도 샘솟는 법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걷기 길라잡이’ 가 필요했고, 이에 선택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소개평에 실린 사진들만 봐도 가슴에서 쿵쾅쿵쾅 강하게 심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였다. 문득 ‘저곳에 내가 있다면, 부모님이 계시다면 어떤 마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활한 대나무 숲길, 그림에서 나올법한 아름다운 초원과 언덕, 순백의 눈으로 뒤덥힌 동경, 옛 선조들의 누렸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유적지, 산, 늪, 호수 등등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혹은 새롭게 느껴질 만한 여행지로 빼곡하게 나열되어있었다. 마치 보물지도를 가진 듯 풍요로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각 걷기&여행지 마다 걷기 코스와 코스 완주 시간 등이 상세하게 소개되어있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냥 사진 속 풍경이 아름답다고 무작정 방문했다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걷기 코스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고, 코스 길이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런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는 것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내 손에 쥐어진 책을 보니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름을 느꼈다.
요즘은 마을에서나 혹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걷기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과거에 비해 넉넉해진(?) 우리네들의 삶은 더욱더 풍요롭고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생활들도 속속 생겨났고, 그것들을 즐기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바로 큰 물질적 보탬없이 즐길 수 있는 ‘걷기’. 이 여가 생활이 현대 사회에서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그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내 모든 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늦지 않은 시기에 꽉 쥐어잡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