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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6개월 후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전제 속에 걸음을 뗀 라스트 폴리스맨의 이야기. 이는 사실상 회생불가한 말기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환경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책의 주인공이자 이 시대의 라스트 폴리스맨인 헨리 팔라스는 멸망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며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분명 헨리와 같은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이 이유없이 들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경찰관 헨리가 자신에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사건은 바로 이 사건이었다. 어느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목을 메고 죽음을 맞이한 피터 젤이라는 보험사 직원의 자살. 모든 이들은 이를 두고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그것도 목을 메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충분히 자살로 인지가 가능한 일이었는데, 사람들이 피터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단정한 것은 지구상 모든 이들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일을 복잡한 경우의 수를 두면서 까지 자신들의 남은 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옛말이 있는데, 본인의 일에 충실하고 있는 헨리이지만 아무도 그에게 큰 단서를 제공해주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혼자 진행하는 수사는 난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고, 하루하루를 별 다른 소득 없이 소비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한 인물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왜 저렇게 미련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의 임무가 중요하다고 한들 얼마남지 않은 인생보다 중요할 수 있을까? 물론,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무 한그루를 더 심겠다. 라고 말한 이가 실존하긴 하지만 독자인 나는 그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러던 와중에 헨리의 동생으로 인해 그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그 불안감을 떨치기위해 마약을 하는 등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꿋꿋한 헨리의 모습은 별종이 아닐 수가 없었다. 헨리가 어려서부터 듣던 괴짜 소리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책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너무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들로 연출된 배경이 단순히 판타지 장르에서나 올법한 그런 이질감류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되려 판타지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지구 종말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지구의 일생에 실제할 수도 있는 일이었음에도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어쩌면 은연중에 내 자신이 실제할지도 모르는 이 소설 속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든 회피하고자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러한 상황이라면 나도 그 최악의 상황에 마주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에 더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고...
여튼 그럼에도 이책이 주는 교훈은 확실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남들이 무너진다고 같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가 한 두명 쯤은 있어야 최악의 상황에 마주하기도 전에 최악을 맞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책은 3편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지구 종말로 떠들썩한 면면이 부각되는 1편에 이어2~3편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