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루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에 인터넷 소설을 즐겨읽었지만 소설과 그리 친밀하지 않은 거기다문학적인 소설이나 판타지에 그것도 고전물이 가미된 장르의 소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내가 김수지 작가의 작품에 손을 댈 줄이야. 1~3편 거기에 외전까지 포함된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에 비해 시간을 많이 소비한 책이기도 하다. 사실 분량도 만만치 않았고, 중간 중간 흥미진진한 장면들에 몰두한 나머지 중요한 부분을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기 때문에 뭔가 아슬아슬하다.

 

다각이 주는 재미는 익히 보아와 알고 있었으나 시공간적 배경이 정신차리기 힘들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변화하며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읽어야 했던 것 같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3편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내용중에서 요점을 발췌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놓치는 이야기도 있을테고, 줄거리로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고로 줄거리가 궁금하다면 직접 읽는게 답인 듯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아사란은 총궁주이자 봉루를 수호해야하는 임무를 가진 인물인데, 요마가 봉루를 오염시키며 본격적으로 사건의 발단을 부추긴다.

 

봉루 수호자인 아사란은 자신의 생을 버리고, 봉루를 되돌리려하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수족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데, 아사란은 뜻하지 않게 황망한 사막에 홀로 남겨진다. 그러나 이곳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아사란은 또 다른 곳으로 끌려가게 되지만 아사란과 다리우스의 불꽃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점이기도 하다.

 

다리우스를 몇 가지 키워드로 소개하자면 ‘집착의 아이콘’. ‘짐승남’. ‘상남자’ 정도가 적합할 듯 하다. 다리우스는 아사란을 굉장히 사랑하는 모습이 구구절절 눈에 띄지만 아사란을 향한 다리우스의 사랑은 아사란이 다리우스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구속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절부절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난 새디스트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다리우스를 통해 쓸 때 없는 대리만족(?)을 했던 듯 하다.

 

생각해보면 과거 인터넷 로맨스 소설 등을 읽을 때도 이런 구도의 전개를 즐겨 읽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봉루에서 표화되는 사랑방식이 과거의 향수에 취하게 만들었고, 3편과 번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장편소설이지만 더욱더 흥미를 자극해서 꽤나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김수지 작가의 필력. 15세부터 연재한 인터넷 소설. 물론, 어느정도 검수를 하며, 수정작업을 통해 탄생된 작품이겠지만 이게 정말 15세 소녀의 머리에서 나온 내용인가 싶을 정도였다. 단순히 흥미를 돋구는 일회용식 소설들이 아니라 작품성까지 겸비한 ‘뜨거운 감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나는 저 나이에 무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재능이나 감각은 타고나야한다는 것을 세삼 다시 깨달았던 것 같다.

 

혹자들중에선 이 작품에 허점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직접 읽어본다면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켜줄 수 있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본 사람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어찌됬든 한창 인터넷 소설을 즐겨 읽던 학창시절에 이런 장편물, 거기에 판타지, 고전이 가미된 작품에 통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내가 성인이 된 지금 재미를 붙이게 된 계기가 되버릴 줄이야... 마치 판타지 고전물의 성인식을 치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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