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 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전영관 지음, 탁기형 사진 / 푸른영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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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추억을 남기고,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혹은 다시는 보기 힘들 것만 같은 멋진 장면을 소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기억할 수는 있지만 돌이킬 수 없고, 매 순간순간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없는게 인간이기에 사진에 더 많은 것들을 새기려고 한다. 필자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일개 사회인일 뿐이지만 사진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사진 속 장면이 오늘 이 순간의 원동력이 되어 삶의 힘으로 느낄 때도 많다. 이처럼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어본 포토에세이 '그대가 생각날 때 마다 길을 잃는다' 는 전영관 탁기형님의 공동작이다. 이러한 포토에세이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대부분 사진과 짤막한 문장이나 몇 마디의 글로 구성된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이 에세이의 경우는 사진에 대한 느낌이 모두 풀이가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추구하는 방향과 선호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100%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일테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관점에서 저자의 글과 내가 느낀 것들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측면이 좋았다. 그리고 단순히 추상적인 상상이 아닌 이 사진에 내포된 깊은 의미를 끄집어낸다고 해야할까? 정신 없이 빨려들어가게 되는 저자의 문체에 어느세 매료되어 동화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이 포토에세이 속의 사진들은 우리 사회의 이면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이 짙었다. 흑백으로 구성된 사진에 뭔가 적막함과 고요함 때론 쓸쓸함이 맴도는 피사체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됬었는데, 그것의 본질을 파헤치고 이해하고 달래주는 저자의 글들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그 울림을 주기 충분했던 것 같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또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사진들이기에 더 친숙함이 묻어나고, 얻어내는 깨달음이 크다고 해야할까? 보잘 것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것들도 어떤 것들 보다 값질 소중한 기억 속 한장면이리라 생각하게 됬다.

 

 필자는 평소에도 별 볼일 없는 것들은 그저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저 화려하고, 이슈가 될만 한 것들만 내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것들을 주로 기억해왔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당연히 밝고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 뿐이었다. 어찌 보면 추억을 편식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고 감뇌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능력임에도 난 그 일부를 부정하려고 하고, 회피했던 것 같다. 오히려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이 책이 읽고 난 뒤 그 능력이 자극 되었음을 느꼈는데, 이 책을 접한 것이 어쩌면 내 인생에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말이 너무 장황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100% 모두 필자가 느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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