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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1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관련된 전설이나 역사 이야기를 접해봤을 것이다. 요즘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모르겠으나 필자의 어린시절에는 그리스 로마 영웅들을 그리는 만화를 모르면 간첩이였을 정도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속에 인기를 끌어왔다. 어린시절 봤던 만화 그리스 로마 이야기는 동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 당시 난 만화에서 방영되는 간략한 에피소드만 보고 이제 '그리스 로마 역사를 접수했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방대하고 새로운 역사적 정보들을 접하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지식에 관해 헛헛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적 이야기나 전설 등이 존재한다. 삼국시대에 관련한 만화영화는 없었지만 사극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주된 배경이 되어왔다. 어렸을 때 만큼은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 가장 큰 예로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를 들 수 있겠다. 어렸을 땐 이 말을 믿었기에 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묘한 신비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이 환상도 얼마가지 않아 과학적 사실 아래 모래성 무너지듯 아무것도 아닌 모래더미가 되었지만 말이다. 잠시 내용이 도랑길로 빠졌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내가 어렸을적 알던 그리스 로마 역사 이야기 또한 허구가 매우 많이 가미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만화로 접하던 그리스 로마 이야기보단 재미로 보는 흥에 있어서는 그 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끝 없는 내용의 깊이를 파헤치며 내가 알지 못했던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정보가 시야에 들어올 때 쯤 사막속 오아시스를 찾아낸듯한 느낌이었달까? 항상 간지럽고 답답해서 쉬원하게 긁어주거나 뚫어주고 싶었던 내용들을 접하고 나서야 해소된듯 했다. 특히 이 책에 내용과 함께 담겨있는 그리스 고대의 미가 느껴지는 조형물들과 벽화와 같은 미술적 피사체들은 마치 박물관에 온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아마도 그리스 로마 박물관의 티켓 겸 팜플렛이다. 물론,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 책 자체가 축소된 박물관의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는 분명 신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사실이 아닌 전설적 이야기랄까? 물론, 그 전설적 이야기는 역사적 관점에서 재해석된 부산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신들은 모두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해야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을 영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가, 이것은 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부터 현세에 이르기 까지 우리 인간이 행해오던 모습들을 신들도 별반 다를 것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위에도 언급했다 싶이 신화는 이 신화가 쓰여진 시대의 역사를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직접적으로 꼽아내어 표출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신들을 빗대어 꼬집어낸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인간상이 바로 이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역사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지만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은 어쩔 수 없나보다. 왠지 모르게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신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알 수 있었기에 유익했지만 우리 인간의 추악한 이면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더 나아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지루하고 따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읽는다면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