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의 재발견

장옥정 사랑에 살다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3년 4월

 현재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장옥정이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사실 그간의 장옥정 혹은 장희빈을 다룬 책들에서는 장옥정을 나쁜 악녀, 조선 희대의 요물로 묘사할만큼 장옥정을 깍아내렸다. 이에비해 인현왕후는 지고지순한 탐욕이 없고, 권력에 또한 큰 욕심이 없는 인물로 그려져왔으며, 악녀 장희빈이 사약을 들이키고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나자 자연스레 폐위된 인현왕후가 중전의 자리를 꿰차는 스토리로 장옥정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은 그렇게 매듭이 지어져왔다. 이책의 소개평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금까지 장희빈에 관련된 책들은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된 모습을 띄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장희빈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이가 없었다.' 고 말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고나서 이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장희빈은 천한 천민이다. 비약하자면 당시 천하디 천한 노비였을 뿐이다. 그에반해 인현왕후는 명문가 규수이고, 그에 따라 적지 않은 권력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형용할 수 없는 신분계급의 차이가 있던 두 사람의 신세가 한순간 뒤바뀐 사건은 인현왕후 측에 있어서 굉장히 수치스럽게 느꼈을 사건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감히 노비 출신 침방나인 장옥정이 첩이되고, 중전이 되며, 인현왕후는 일순간 퇴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자존심에 상처가 생긴 인현왕후는 중전으로 복귀한 이후에 역사자체에서 장옥정을 비약해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장옥정을 '천하의 나쁜X' 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이책에 존재하는 장옥정은 사랑에서 만큼은 지고지순하고,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할 정도로 곧고 우직한 모습이었다. 또한 이순과의 사랑에서 만큼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심지어 자신의 아들까지 내어줘버릴만큼 독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장옥정은 대위를 이을 왕의 혈통까지 낳은 여인이었으나 그녀는 정말 어떤 이유로 사약을 받아 죽임을 받게 된 것일까? 중전이라는 인물이 사약을 받는다는 것은 본인이 미쳐 날뛰거나 혹은 모함을 받아 대역죄인으로 낙인이 찍히거나 등으로 압축이 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하다. 또한 사약을 받은 이후에 당연스럽게 인현왕후는 다시 중전으로 복귀했는데, 필자는 이 부분을 인현왕후가 되려 장옥정을 몰아내기 위해 계획했음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책에서도 내가 알고자하는 그 진실을 완전히 파헤칠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건 기존의 장희빈은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장옥정도 사랑에 눈이 멀어 분명 죄를 지은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 장옥정의 인생자체의 존엄을 실추시키고, 훼손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누구에 의해서 어떤 문제로 인해 이러한 사단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만 이럴 것이다. 혹은 이랬을 것이다. 짐작하고 예상하는 것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장옥정의 편에서서 장옥정의 진솔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기뻤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장옥정에게 이 책이 오늘날에서야 한줌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