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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 전 부터 소설 시나리오가 영화 시나리오로 결정되었다는 소개문구와 '터널' 이라는 책 제목이 날 확사로잡았다. 이책을 읽으면 마치 터널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이상 독자에게 자극이 될만한 요소를 이용해 홍보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편인데, 소재원 작가의 첫 작품. 즉, 처녀작이였기에 조금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동안 꽁꽁 숨기고 숨겨왔던 소중한 작품을 선보이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이책은 그것과 별게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작품이라는 책소개란의 문구에 이끌렸던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이랬다. 남주 이정수와 여주 김미진은 서로 부부관계였다. 이둘은 주말부부였기에 만나기 위해선 서로간의 이동이 불가피한 애틋한 사이랄까? 그런데 이 부부 사이에 하나 있던 딸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가던 중 터널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남편 이정수는 아내 김미진에게 조금 늦어질 것 같다며 빙빙둘러 변명을 한다. 그러나 터널이 무너진 사고는 워낙 큰 사고였기에 남편이 그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아내 김미진은 얼마되지 않아 알게된다. 처음엔 아니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당연히 부실공사를 한 건설업체측에 잘못을 묻는게 당연했다. 권선징악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전작들은 권선징악의 메들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권선징악 스토리의 작품들에 익숙해져있기에 이러한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일테지..
처음엔 그랬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 김미진은 건설업체에서 일인 시위를 하게 되고, 그 모습이 아주 잘 발달된 우리나라 메스컴에 실리면서 김미진의 편에 서주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헌데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 사실 이렇게 꼬인다는 것은 조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비약하자면 막장드라마 작가가 억지설정을 통해 극의 분량을 늘린다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소재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리라 생각은 들었지만 이 부분에서 정말 화가날 수 밖에 없었다. 김미진이 살던 마을의 노인이 막힌 터널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해 죽은 사실이 발단이 된 것이다. 얼토당토하지 않게 어이없게도 김미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남편을 위해선 노인의 죽음따윈 안중에도 없는 무개념녀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자연스레 건설회사측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모두 김미진에게 몰리게 되었고, 김미진은 그 모든 압박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고 만다.
우리는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면 정의를 실행하는데에 큰 힘을 발휘하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허나 안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면 너무나도 큰 마이너 효과를 발산한다. 결국 소재원 작가가 터널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단면, 이면 "난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문제다" 라는 자기 회피식 생각과 또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합리화하는 방식. 이토록 단순하고 하기쉬운 이 일이 어떤 이에겐 수백톤의 돌덩이로 깔아뭉게는 고통을 혹은 수백개의 칼이 몸에 꼿히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삼스레 우리 사회의 단면과 사람들의 이면을 깨닫게 되었달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나도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아야 될 사람들중 한명일 뿐일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