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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꿈 ㅣ 시공 청소년 문학 52
최유정 지음 / 시공사 / 2013년 1월
평점 :
인간은 각자 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산다. 또한 이것들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감추길 원한다. 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이 있고,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비밀이 되는 이유는 내 치부와도 같은 이런 흠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공유한다고 해서 치유될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유정 작가가 사자의 꿈 담은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상호, 재인이, 민지. 이 세 아이는 모두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인해 가족애가 상실되며, 그 속에서 방치되어 살아가는 상호 그리고 동생 지민이. 상호는 결국 컴퓨터 게임이라는 세상 속에 자신을 숨기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하기까지 한다. 결국엔 자기 자신과 가족을 부정하며,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뒤늦은 후회를 하는 엄마를 그리고 있었는데, 가족애를 상실하고 자아혼동에 빠져 자신을 잃어가는 이들을 단적으로 순화하여 표현해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상호 편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참기 힘든 분노를 느꼈다. 내가 만약 저 상황에 처했었다면 상호보다도 더한 짓을 저질렀을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이다.
두 번째 스토리의 주인공은 재인이었다. 재인이의 얼굴은 항상 커튼처럼 길게 기른 머리카락에 가려져있었다. 난 문득 장발장을 떠올렸다. 재인이는 항상 의기소침했고, 매사에 소극적인 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재인이는 불같은 활화산같은 성격의 은아로 인해 감추고 있던 자신의 치부를 들어낼 위기에 처하지만 엄친딸이라고 해도 무방할 누리라는 아이의 도움으로 인해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헌데 알고보니 누리도 재인이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였고, 재인이도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며 마음을 열지만 오해로 인해 다시 갈라지고 만다. 허나 기석이라는 아이가 이 둘의 사이를 녹여주는 매개체가 되어 결국엔 오해를 푸는 모습을 그린다.
남들에게 있어서 사소해보일지 모르는 일이라도 그 사소한 일에 사활을 걸고 지키고, 감추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단정지어서도 판단해서도 안된다. 내 자신에게 그들이 알 수 없는 은밀한 비밀과도 같은 것들이 있듯 상대방에게도 그러한 비밀이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상처와 아픔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깊게 사고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단정짓는 판단착오로 인해 발생한 오해와 같은 것들도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사고가 원초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상대방의 아픔에 대해서 함부로 단정 지어서 안된다. 이것은 피해자나 가해자의 입장에 놓은 이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고 유연하게 접근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면 섯부른 행동으로 인한 상호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혼자서만 감당하려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자성어나 옛 격언에서는 '상부상조' 하며 '서로 돕고 살아라' 라는 말들이 있는 것 처럼 그 아픔을 내려놓고, 공유하며, 이해와 배려를 치유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그 시기를 잘 헤쳐나간다면 상처와 아픔의 씨앗이 치유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