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맑아지는 낙서 명상, 젠탱글
카스 홀 지음,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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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학창시절에 교과서나 공책에 낙서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대부분 부질없는 낙서들 같다는 느낌 뿐이었고, 겉보기에도 지저분해보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버릇이 자연스레 고쳐졌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버릇을 고쳤다기보단 그 버릇이 없어졌다.' 라고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 낙서는 그저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하는 안좋은 버릇이나 습관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나도 낙서에 대해서 언제부턴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치지자마자 책장을 빼곡히 채운 입체적이면서도 빈틈없는 심오한 느낌의 그림에 살짝 거부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본것은 분명 낙서라기보단 그림이었다. 자고로 그림이란 여백의 미를 살려서 사물을 보다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내야 하는게 아니던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그림같은 것들을 처음본 소감은 참 정신이 없었다. 순간, "이건 뭔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계속 장을 거듭하고 더 많은 그림과 설명들을 보면서 책에 동화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일을 하는 이유와 또 주제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보잘 것 없고, 지저분해보이는 낙서도 어떤 생각과 상상으로 인해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 카스홀도 마찬가지였다. 티비를 보다가 혹은 기타를 치다가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시시때때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그리는 낙서 같은 그림. 하지만 이 낙서와 같은 그림에도 체계적인 패턴과 포인트가 존재했다. 말 그대로 내가 어렸을적 막 끄적이던 낙서들이 원시적이었다면, 이 낙서들은 과학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할 때 자신만의 포인트와 색을 가미하여 고유의 특성을 통해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카스홀씨도 자신만의 상징적 의미를 낙서와 같은 그림에 남기고 있었다. 또한 원색 등을 통하여 색감을 입혀 문양 같아보이는 낙서와 묘한 조화를 보여줬다. 심리학적으로 그림이나 색감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낙서들은 심리학적으로도 해석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생각나는대로 떠오른대로 구상한 패턴과 색채를 통해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독특한 낙서였기 때문이다. 카스홀의 낙서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적 끄적였던 또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그 낙서. 그 낙서를 하던 그 시점에 누구보다도 집중했고, 무엇보다도 몰두했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젠탱글이 추구하는 형식의 낙서는 아니었지만 그러한 낙서를 통해 내 자신을 표현했었다. 그것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기도 했고, 나만의 독특함과 패턴을 살린 낙서도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위로해주는 낙서. 어쩌면 낙서를 하는 순간만큼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잊고, 낙서를 통해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승화시킴으로써 엉켜있는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주기 때문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낙서에도 힐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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