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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구름가장자리에서 퍼져 나오는 빛을 의미하는 실버라이닝, 제목만 보면 희망차기 그지 없다. 내용을 보지 않아도 마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 같다는 느낌으며, 이것도 아니라면 굉장히 로맨틱하거나 소설답게 남녀 주인공의 열렬한 러브 스토리겠지? 라는 예감이 절로 든다. 허나 내 예감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해피엔딩인 것 같긴한데... 뻔하고 단순한 연애 스토리가 아니었다. 물론, 소설 답게 주인공들의 이력은 남달랐다.
일단 둘다 돌싱이다. 돌싱인데 화려한 돌싱이 아니다. 비운의 돌싱들이다. 본이 아니게 돌싱이 된 불운한 남녀랄까? 남자 주인공은 팻은 아내의 외도로 큰 충격을 받아버린 나머지 기억 상실증에 걸려 정신병원 신세를 진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자 주인공인 티파니는 남편이 죽은 과부 신세였다. 티파니는 남편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정신이 피폐해질 수 밖에.. 헌데 남자 주인공 이름이 참 독특했다. 팻이란다. 펫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바람맞고 기억잃어 정신병원 신세지고 살짝 정신세계가 틀어진 사람의 이름이 팻이라니... 여튼 이 기구한 운명(?)의 두 사람은 댄스 파트너라는 것을 계기로 서로 이어진다. 사실 이어진다기보단... 티파니가 스토커처럼 팻을 따라다니며 감정없는 구애(?)을 했달까? 구애보단 구걸이란 표현이 나을까 싶기도하고.. 솔직히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내 정신도 약간 이상해지는 듯 했다. 이 둘 연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소설이기까지 하니 좌충우돌, 보는 이마저 멘붕시키는 어디서 듣도 보지도 못한 로맨스를 하고 있으니 참 생소하고 어색하고 신기하고 다른 세상 사람들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였달까. 물론, 저 둘의 멘탈이 평범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느끼는게 당연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레 실버라이닝이라는 제목의 뜻이 가리키는 뜻을 알게 되긴 했다. 아무 희망도 없이 그저 절망속에서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독특한 두 남녀가 한줄기 빛과 같은 희박한 희망의 불씨를 통해 다시 사랑을 찾아나가는 것이랄까. 솔직히 현실적인 부분을 바랐지만 이 둘의 상황과 관계는 이 둘의 상태만큼이나 극단적인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현실에 걸맞는 중간치의 연애스토리를 예상했던 나에게 바닥이라는 것을 선물해줬으니 말이다. 허나 이둘은 그 극단적인 상황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사람이 무언가에 몰두하게 되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하지 않는가? 댄스 파트너로 맺어진 이둘의 인연이 댄스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집중하고 상대방을 알아가기 시작하며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해가면서 이들만의 나름대로 애뜻한 로맨스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이해해주는 조력자인 가족들의 든든한 후원과 정신과 의사의 아낌없는 조언 등이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이 되어 새로운 사랑을 싹 틔우는 역활을 해주고 있었다.
이들의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았다. 허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좌절할 수 밖에 없는 뼈저린 사랑의 아픔을 지닌 이 두남녀가 서로 지지고 볶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이어가는 것. 어쩌면 작가가 이 두남녀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이렇게 막장의 상황에 놓여있는 주인공들도 사랑하며 살 수 있고, 죽을만큼 아픈 상처도 언젠간 잊혀져 치유되기 마련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은게 아니었다 싶다. 구름 정중앙도 아닌 가장자리에서 퍼져 나온다는 의미인 실버라이닝이라는 단어를 통해 절대적 좌절이나 절망 따윈 있을 수 없다는 듯 항상 희망을 가지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라는 희망찬 메세지를 던져주는 이들의 로맨스. 항상 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는 말도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