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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평점 :

이책을 처음 알게된 건 달빛 프린스를 통해서였다. 요즘 한창 내딸 서영이로 주가상승중인 배우 이보영씨 편에서 소개된 도서였다. 일단 다홍치마라고 왠지모르게 읽고 싶어졌다. 이보영씨는 이 책을 통해 우울함을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우울함' 은 각자 인생에서 그 정도가 다다를테지만 나도 이보영씨와 같은 사람으로서 사적인 우울함과 울적함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상황에서 많이 헤어나오긴 했지만 간혹 불행하다고 생각할 적의 느낌을 받기도 해서 나도 이책으로 한번 힐링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연히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 힐링까지 받게 됬으니 책을 펴보기도 전부터 행복감을 느꼈지 않았나 싶다.
꾸뻬씨는 유명한 정신병원의사다. 허나 대게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은 울적하거나 우울하지 않던가? 꾸뻬씨는 그런 이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내던지지만 우울하고 울적해서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이 쉽사리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질문 자체가 그 사람들에겐 사치였으리라..
꾸뻬씨는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을 상대하지만 자기 자신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처럼 '행복'에 대해 쉽사리 정의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꾸뻬씨는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게 된다. 친구가 살고 있는 중국에서 머물다 납치를 당하기도 하기까지한다. "집나오면 x고생"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꾸뻬씨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옛말을 알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행복여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꾸뻬씨는 납치를 당하고 방랑자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산전수전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법한 사건들을 여러차례 겪으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사실 꾸뻬씨가 처한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기 무서웠다. 난 저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납치당한 상황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고, 사치라고 느낄만한 것들을 즐기며 안좋은 일에 속하는 사건들도 여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난 그럴 자신이 없을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이사람은 소설속 주인공. 그저 허구일 뿐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 얻고자 했었던건 이런 자기 합리화, 회피가 아니었기에 최대한 꾸뻬씨와 동일한 상황이라는 가정하며 일단 읽어보려 했다.
현대 사회는 정말 '여유' 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속전속결, 치열한 경쟁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누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내 마음이 후련하고 만족할정도로 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답은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이책을 읽으면서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느낄 때가 많다. 행복은 우리 주변에 있고, 그 행복들을 직접 찾아서 누려야한다. 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행복은 굉장히 큰 물질적 정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싶다. 소소한 것들도 행복이라면 행복인데, 그러한 것들은 행복이 아닌 그저 내가 누려야할 당연한 인생이라 단정짓고 살았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줬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책은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 내용도 눈에 훤히 보이게 되고 내가 미쳐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음번에 읽을 때 눈에 띄기 마련이니 다음에 한번 더 읽어 보게 되면 좀더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른자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내 인생을 뒤바꿔 놓을 '무언가' 가 아니라 날 자극하고 변화의 시작이 될 '출발점' 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보려고 부단히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그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유럽인들이 많이 읽은 도서라고 하지만 음... 그들은 "이책을 읽고 얼마나 큰 것을 느꼈기에?"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또 다른 코드 차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