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 윤진서 에세이
윤진서 지음 / 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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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에세이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다른 분야의 책을 좀 읽어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이 책을 선택하여 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배우 윤진서 씨의 이미지는 허진호 감독님의 단편영화 <나의 새 남자친구>에서 이별 후 단발로 자른 뒤 머리를 말리며 선풍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시퀀스의 이미지로 각인되어있다.

그때부터 팬이 되었기 때문에 그가 쓴 에세이를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출간이었고 이미 소설 한 편과 에세이 한 편을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번에 출간된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던 한 사람이 바다를 만나고 서핑을 알게 되며 삶의 방향이 완전히 변화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할만한 누구를 만나거나 어떤 사건을 겪게 되는데 작가에게 그 대상은 파도를 만난 일이었고 서핑을 하게 된 일이었다.

그로 인해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고 저자의 삶과 가치관도 변하게 되었다.

 

 

 

제주도에 내려가 집을 짓고 살며 서핑을 하며 유유자적하는 연예인.

이 타이틀로만 봤을 때는 유행처럼 번진 셀럽들의 흔한 제주 귀촌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쇼크'나 '충격' 같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무언가가 몸 안을 통과하는 그 느낌을 겪었다는 부분에서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외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이제는 검게 탄 얼굴도 마다 않고, 천 쪼가리라 불릴 수준의 옷으로도 만족하게 되었다.

옷은 잘 마를 수 있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되고, 휴대폰의 쓰임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되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불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어느 날 바다에서 만난 한 아이가 저자에게 묻는다.

"서핑할 때 기분이 어때?"

저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냥 좋아."

(본문에도 등장하지만) 나 또한 영화 빌리 엘리엇의 대사가 떠올랐다.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야?"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일단 추게 되면 모든 걸 잊게 돼요. 그리곤... 잊게 돼요. 내가 아닌 것처럼요. 내 몸이 변하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져요. 마치 제가 나는 것 같아요. 새처럼요.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요."

배우 윤진서는 서핑을 만나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나와 여러분도 이런 무언가를 찾게 되길, 만나게 되길 바란다.

 

도시는 어쩌면 신종 전염병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가 가지고 있으면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네가 잘나면 나도 그만큼 잘나야 하는 것. 네 아이가 잘하는데 내 아이가 그만큼 못하면 큰일 나는 것. 성공해야 하는 것.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 이대로, 나대로 살면 게으른 것. 뒤처지는 것.
p.66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해. 너네 다 잘 컸으니 이제 내 할 일 다 했잖아."

엄마에게 우리는 밀린 숙제 같은 것이었을까? 꼭 해내야만 하는, 밤을 새워서라도 마쳐 내일 가져가야만 하는 과제 같은, 그런 존재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오랜 시간을 인내해 무언가를 쟁취한 사람들은 변한다.

p.134

 

난 오케이, 알겠다 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이것은 그리 어려운 비밀이 아니었음에도 매번 지키기 힘든 규칙이었고 과정이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자고 10분 가까이 불앞을 지켜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p.175

 

여행과 현실의 간극은 언제쯤 채워질 수 있을까?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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