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너만 없었다면 - 나를 힘들게 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
프랑수아 를로르.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최고나 옮김 / 책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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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심리학 관련 책을 읽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마치 모든 것을, 특히 해결책을 담았다는 듯이 포장하여, 책에 쓰여 있는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읽은 후로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종류의 책들이 심리학 관련된 책이었다. 물론 이런 날 선 편견이 이 책을 통해 깨지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 책의 제목이 주는 제목이 예사롭지 않았다.  ‘내인생에 너만 없었다면이라는 제목은 흡사 대중음악 노래 제목같기도 하고, 백열 전구에 의지해 저녁을 나는 허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로 온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머리가 희끗하신 어느 막노동 아저씨의 초저녁부터 늦은 밤까지의 레파토리의 주제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게 된다면 이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무엇인지 더 느끼게 되리라,,,

 

아주 굳건하게 디딛고 있다고 생각했던 땅이 흔들릴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어쩌면 누구나 한가지 이상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이 아닌가. 다만 이 책에서처럼 그것이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벌써 상처인 지도 모른다. 벌써 얼마나 난도질을 당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처 부위에, 호들갑을 떨며 비전문가가 이것저것 처방을 하다 오히려 크게 덧나버리는 어리석음을 지금까지 하여온 것은 아닌지, 이 책의 구석구석 한 문장 한 문장이 준엄하게 물어본다.

 

물론 이 상처가 이런 빠른 시대의 흐름 탓이라고 하기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전적인 요소를 부인하는 것이니 그것은 앞으로도 이런 분들의 좋은 연구 주제가 될 터, 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이런 불완전한 성격의 형태가 시대의 흐름 속에 빠르게, 그리고 대량으로 사람들에게 들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전 같으면 터부시되고, 한편으로는 죄악시되기까지 했던 이런 불완전한 성격들의 현상 및 대처법등을 실례와 함께 읽으니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사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사람을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하였나 하는 마음에 괴롭고도 즐거웠다.

 

불안성 성격, 편집성 성격, 연극성 성격, 강박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분열성 성격, A유형 행동, 우울성 성격, 의존성 성격, 수동공경성 성격, 회피성 성격등은 저자가 이야기 하듯 사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것들일 것이다. 저마다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들이, 누구에겐 왜 그렇게 심하게 나타나고, 삶의 전부까지도 힘겹게 하는 것일까 ?

 

저자의 말처럼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혼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인간관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부모와 지인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교육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특히 이와 같은 불완전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진인사 대천명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 불완전한 성격마디 달아놓은 이렇게 하라와 이렇게 하지말라는 조언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불완전한 성격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들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이론적 불량의 부족이 아니라, 이론이 넘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증되지 않는, 경험되지 않은 이론들이 매뉴얼처럼 읊어대는 구절들은 경전을 읽는 것보다 따분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적절한 사례와 이에 따른 실험적 조언을 주고 있어, 또 다른 경험의 산물을 feed back 받을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되기도 할 것 같다.

 

사실 매 장마다 실어놓은 당신은 무슨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까 라는 물음을 아주 조심스럽게 풀어 봤다. 어떤 면에서 넘치지는 않을까, 어떤 면에서 모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닐까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이 책으로 대학 강의 교재를 쓴다면 좋은 과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해보기도 했다. 적당한 예제와 깔끔한 정리는 심리학이라는 부담스러운 학문을 좀 더 재미나고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들어 읽은 책들 중에, 옆에 두고 늘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글쓴이들의 노력이 책장마다 흘러나오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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