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좋은 책을 읽은 뒤에, 책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각난 쓸데없는 이야기 몇 개.

1. 군대에 대해서

대학교 다닐 때 과 선배 중에 수업 시간에 내내 환청이 들린다고 말하던 조금 이상해보이던 선배가 있었다. 잘 씻지도 않은 더벅머리에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강의실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던 그 선배는 뒷자리에 앉으 우리가 조잘조잘 잡담을 하고 있으면 "내 욕 하지마! 내가 모를줄 알아! 어! 너네들 날 바보로 보지말란 말이야!"라고 말해서 우릴 기겁하게 만든 일이 몇번 있었는데 결국 그 선배는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다른 선배들 말에 따르면 군대 가기 전엔 약간 소심한 성격 외에는 정상적이었는데 군대 다녀온 이후로 사람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이 선배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겠지만 주변에 찾아보면 의외로 군대 제대 후에 이상한 방향으로 변해버린 사람이 종종 있다. 군대에서 담배나 술을 배워온다던지 여자를 함부로 무시하거나 조그만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주먹부터 나가던 사람들을 보면 조금 무섭기도 했었다. 군대라는게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에서 꼭 필요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좀.. 그렇다. 내가 박노자처럼 개인적 사회주의를 펼치려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 그나저나 이 책에서 말하던 것처럼 군대가 정말 그런 곳이라면, 지금 군대에 가 있는 막내 동생은 어쩐담! 착하고 순진한 놈인데 정말 이상한 쪽으로 변해서 나올까 책 읽는 내내 걱정이었다.

2. 대학 문화에 대해

박노자의 날카로운 비판이 인상적이었다. 대학교에서 4년 내내 공부 대신 술을 주로 친구 삼았던 나로서는 별 할 말도 없지만, 사립 재단의 비리나 교수 임용 문제,사회 내에서 대학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학 시절을 학교 근처 술집과 친구들의 원룸에서 뒹굴거리면서 보낸 내가 한심스러워지는 대목이었다.

3.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대한민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상대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접하는게 전부인데 그런 프로에서 그들은 대부분 아주 가난하고 아프고, 특히 한국인 고용주들에게 많이 시달린 모습이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그러나 박노자가 말하고 있듯이 나 역시 그들에 대해 얼굴 하얀 백인들에 비해 무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음을 고백해야겠다. 버스에서 동남아인이나 흑인들이 옆 자리에 타면 조금 무섭기도 했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않았음을, 반면에 얼굴 하얗고 말끔한 백인들을 보면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려고 어설픈 영어로 인사를 건넨 적이 있었음을, 아주 부끄럽게 고백해야겠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아주 유익한 책이었으나 박노자가 러시아에 살다 온 개인주의자, 사회주의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의 생각을 전부 옳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한번쯤 꼭 생각해볼 문제를 콕 집어내고 있으므로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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