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木童 > 재미있는 고고학 여행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고고학 책을 보았다.

워낙 흥미진진해서 2권을 불과 6시간만에 다 완독했다. 그리고 또 한번 더 읽었다. 이번에는 밑줄가지 쳐서. 그런데 그 책이 고고학책이다. 세상에 고고학 책 가운데 이렇게 재미있었던 책은 내 기억에 오직 한 권 있었다. 

  2004년에 나온 조유전 토지박물관장님의 책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테리]

  그런데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은 조유전 관장님의 책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크고, 더 재미있다. 두 책은 우리나라 고고학 서적에서 정말 특별한 존재다.

  땅이나 파고, 유물 분석이나 하고, 어려운 용어나 남발하여 정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읽는 것 조차 망설여지는 숱한 고고학, 역사학 책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고고학 정말 재미있고, 신나고 해볼 만한 학문이로구나 하고 말이다. 왜 우리나라 고고학자들은 진작에 이런 책을 쓰지 못했나 하고 반문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병모 선생님은 진작부터 우리나라 ‘고고학 대중화의 선구자’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는 일에 전념을 하신 분이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최근 정년퇴임한 원로 학자님이다. 원로라는 말을 굳이 쓴 것은 이 책이 이 분의 종합적인 경험과 학문의 결정체로 나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원로학자의 웅장한 힘이 느껴진다.

  이 책은 [월간 조선]에 연재한 내용을 다시 가다듬어 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재할 때의 글 보다 책의 글이 훨씬 세련되고 재미있다.

  책 추천과 소개를 하는 공간이니 만큼, 주된 테마별로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보자.

 

  1. 고인돌을 통해 한국문화의 외연을 넓게 보기. 영국, 프랑스, 오끼나와 등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고인돌 문화를 찾는 모습에 우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고인돌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도록 한 계기를 만든 김 선생님의 활약상을 보면 학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2. 언어를 통한 한국문화의 남방문화 인자 찾기. 이것은 단지 언어만이 아니라, 허왕후와 관련된 이야기, 고인돌, 돌하루방, 상어(雙魚)문양, 벼농사 지역, 백혈병 분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 문화의 남방문화 찾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시 언급이 되지만, 무척이나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3. 알타이지역과 스키타이, 바이칼 지역 등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을 직접 여행하면서 샤만, 새. 여사제, 생명탄생과 관련된 곡옥에 대한 탐구. 김병모 선생님이 유명세를 탄 계기가 크게 돌하루방과 관련하여 한국문화와 남방문화 관련설 때문이다. 그리고 2탄 격으로 유명해진 것이 바로 신라 문화의 기원을 북방 지역, 특히 알타이 지역에서 찾는 것 때문에도 유명해지셨다. 일본이 신라를 ‘시라기’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자작나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자작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북방에서 찾아진다. 정말 신라는 북방에서 내려온 사람들일까?

   4. 김병모 선생님은 본래 영국에서 중국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이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중국 고고학에도 전문가임을 비로소 알게되었다. 그런데 [산해경]의 고고학이란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화 세계와 고고학을 연결시키고, 새 토템, 샤마니즘을 신라 금관과 연결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5. 북방 샤마니즘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의 외연을 넓히고,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찾는 이분의 노력은 각배, 동복 등과 같은 유목민의 그릇이 신라 등에서 발견되는 것에 주목한다.

   이 분의 연구를 보면 유물을 단순히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과 탄탄한 추리를 통한 큰 스케일의 연구를 한다. 고인돌의 기원, 한민족의 원형 등의 문제는 요즘 구제발굴하기에도 바쁜 고고학자들은 사실 엄두도 내지 못할 큰 주제다. 그런데 이 분은 처음부터 아주 큰 시각을 갖고 탐구를 시작한다.

   그래서 세계 100여국을 여행하면서 고고학자로서 추리와 탐사를 한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 같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보물을 발견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영화주인공과 같은 경험은 적지만 말이다. 고고학도 공부하기에 따라서 무궁히 탐구할 것이 있고, 그것을 하나하나 밝혀내는 작업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6. 이탈리아 로마에서 문화재 복원학을 공부한 분답게 유럽의 여러 재미있는 풍물도 소개하면서 유럽의 고고학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나폴레옹 부대에 당나귀 부대라고 부르는 전투도 하지 않는 인문학 연구부대가 있어서 그들이 유명한 로제타석을 발견한 이야기 등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아쉬움으로도 들린다.

   7. 이분의 연구의 백미 가운데 하나는 ‘허황옥’ 즉 김수로왕비에 대한 탐구다. 물고기 문양의 원형을 찾다가 페르시아 신화에서 그 이야기의 단초를 찾고 무척이나 기뻐했던 이야기며, 중국의 보주에서 허씨의 후손들을 찾고, 인도 아유타국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가야에서 볼 수 있었던 물고기문양을 찾는 과정 등은 정말 탐정 이야기와도 같이 흥미롭다. 그리고 단지 연구로 끝난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허왕후에 대한 기념비도 만드는 등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끌어 가는 과정은 정말 부럽다.

   8. 앙코르와트, 인더스문명 등을 탐구한 이야기도 재미있기도 한데, 이 글을 읽은 제가 가장 놀란 것은 비미호에 대한 이야기였다. 비미호를 물고기 신앙을 가진 사제, 즉 허황후와 같은 계통의 사람으로 본 것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9. 그리고 김씨의 선조를 알타이족인 김일제에서 찾고 이를 연구한 것도 무척 흥미롭다. 자신의 피부가 다른 사람에 비해 다소 검은 것에 의문을 품고 김해김씨의 자신의 선조를 찾아 허왕후를 찾고, 김씨의 근원을 찾아 알타이를 누비고 다니고.

   고고학자가 행복한 것임을 이 분에게서 본다. 일본, 중국, 인도의 모헨조다로, 간다라 지방, 네팔, 영국의 스톤헨지, 이탈리아, 이집트, 터키, 튀니지, 베트남, 앙코르와트,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알타이와 시베리아, 오끼나와 등등. 정말 이 책은 한편의 여행기로도 재미가 충분한데, 여기에 읽으면서 고고학적 지식과 추리소설의 재미까지 더해지니 한번 손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는 마력을 지녔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글쓴이가 김병모 선생님의 제자나 되는 듯이 책 칭찬을 엄청 했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또 한편으로 김병모 선생님의 삶 자체에 대한 부러움, 책 내용과 문장에 대한 감탄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단점이 있다. 대중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살아 있는 고고학을 전파하는 일에 김병모 선생님의 연구가 대단히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은 너무 크게 연구를 하다보니, 구체적인 면에서 너무 앞서가거나, 사실과 다른 것임에도 과장되게 해석하는 것이 있기도 했다.

   우선 각배와 동복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와 가야에만 있다고 하지만, 실상 고구려에도 있다. 각배와 동복을 유목민들이 직접 전해주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고구려인에 의해 중계되어 전해졌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또 금관의 경우도 최근 태왕릉에서 금관의 안에 있는 속관과 관장식이 나온 것으로 볼 때 신라 금관의 원류는 고구려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쉽게 넘어가고 곧장 중앙아시아와 연결한 것 등은 좀 문제가 있다.

   덧붙여 이야기하지만, 우리문화의 폭을 넓히고 관계된 세계 각지의 유물을 널리 설명은 하였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많이 생략되어 있다.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하듯이 아직 다 유물로 찾은 퍼즐을 다 맞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미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김병모 선생님은 스스로 인문학은 완성이란 것이 없다는 말로 표현했다.  앞으로 이런 것은 후학들의 몫이겠다.

 

  고고학 책들은 역사학책과 달리 부분적으로 참고하기 위해 보는 책일 뿐이지, 재미있어서 보는 책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는 앞서 말햇던 한 권 정도였다. 이 책은 그 책보다 좀 더 스케일을 큰 세계를 무대로 한국사의 외연을 넓힌 여행기이기도 하고, 고고학 안내서이기도 한 아주 좋은 책이어서 내 책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러분들에게도 기꺼이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라서 장문으로 소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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