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와다 이치로 지음, 김현화 옮김 / 한빛비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읽으면서 통쾌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는 또 처음이었다.

저자가 회사를 다니면서 품었던 생각들이 어쩜 나랑 그렇게 비슷한지 너무 공감이 되어서다.


조직 생활은 싫고, 밥벌이는 해야 하니 직장은 들어갔고,

하지만 원하는 업무는 아니니 너무 늦게까지 야근을 해서 나만의 저녁 시간을 잃기는 싫고,

허구헌날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주고받는 동료와 상사와의 회식 자리는 죽기보다 싫고, 괜히 마음도 없는데 아부하기는 더 싫고,

나만의 신념이 있는데 왜 회사는 못 알아주나 일에는 효율성이 중요한데 이 넘의 회사는 이상하다 그러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하다

이런 생각이 자주 드는 사람들.

또, 가끔은 내가 참 잘났는데 나만큼 일 잘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 했다가 어느 날 승진 자리는 다른 동료에게 넘겨줘야 했고,

상사가 제 편으로 서 달라고 하는데 그 비위 맞추기가 왠지 나의 성정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괜히 더 딱딱하게 군다든지...

조직 내 정치를 못하고 회식을 무척 싫어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너무 웃길 것이다.

마치 친한 친구와 마주 앉아 그동안 내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회사 내에서는) 이야기들을 저자가 대신 해주고 있어서 속도 시원하고


맞아, 맞아...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될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런 성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교토대학교 출신으로, 소설가의 꿈을 안은 채 대형백화점에 입사했고,

예상치 못하게 18년이란 장기 근무를 했으며 몇 번의 직급이 오른 뒤, 42세에 퇴사를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야 회사 생활에서 좀더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었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며 정리한 글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중성이 있다. 저자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은 너무나 내가 가졌던 생각과 비슷해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그만큼 나역시 조직 생활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한편으로 책의 내용이 씁쓸하기도 하다.


과연 정말 그랬어야 했다란 부분도 있지만, 정말 그렇게 해야만 하나.. 아니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란 사람도. (아직 저자가 젊었을 때 품었던 그 신념을 내가 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 그럼 아직 난 멀었나. ㅎㅎ)


어쨋든 읽는 동안 처음에는 웃음이 나오지만 조금 지나면 갑자기 울적해지고, 그러다 과연 이 저자 말대로 했어야 하나 다시 한번 내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꿈을 품고만 있었고, 결국 조직에서 20년 가까이 머물렀다.

퇴사를 하고 난 뒤에서야 자기 자신도 이왕이면 조직에 있을 때 더 큰 성공을 거뒀어야 하는데 후회를 한 것이다.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했거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12가지로 손꼽고 있다.


첫째는 입사 첫 날부터 사장을 목표로 전력 질주했어야 했다.

둘째는 회사의 색깔에 물들었어야 했다,

셋째는 롤모델을 조금 더 빨리 찾았어야 했다.

넷째는, 사내의 인간관계에 관심을 더 가졌어야 했다.

다섯 번째는 자만하지 말았어야 했다.

여섯 번째는 부족한 상사나 싫어하는 상사에게 다정했어야 한다.

일곱 번째는 공부를 더 했어야 한다.

여덟 번째는 골프를 시작하고 와인에 대한 소양을 쌓았어야 했다.

아홉 번째는 신념을 버렸어야 했다.

열 번째는 창의적이기보다 건실했어야 했다.

열한 번째는 주위로부터 호평을 얻기 위해서 오래 일하지 말았어야 했다,

마지막 열두 번째는 동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을 웃으며 넘겼어야 했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나역시 품었던 생각이었다. 착잡하기도 하다.

'나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걸 어떡해...' 하고 말이다.


흔히 학교에서 머리 좋고 공부 잘했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침 저녁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출퇴근을 쉬지 않고 하면서도 더 큰 야심을 품기보다는 그저 회사를 밥벌이 수단으로나 여기며

대신 어디엔가는 나에게 맞는 일, 내가 더 원하는 일과 나에게 맞는 회사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쉽게도 그 파랑새를 찾기 위해 나름 특별하게 노력을 기울인다거나 히든 카드를 쑥 내밀 만큼 남몰래 열심히 준비하면서 살고 있지도 않는다. (착잡하군)

20년 가까이 청춘을 다 바쳐 일했는데 마지막에 든 생각이 더 잘하지 못했음에 대한 후회이거나 나는 실패했구나라는 자책이어야 한다면 너무나 슬프고 무기력해지는 상황일 것이다.


물론 저자의 인생관이 각자의 가치관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가 쓴 내용이 모두 옳다고, 또는 나에게 딱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특별히 다른 길을 위해 준비 중이지 않으면서

현재의 직장에서 꾸역꾸역, 아니 그냥 남들처럼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현재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일에 대한 태도를 진단하고 반성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노동의 연속 아닌가.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자신이 선택한 노동에서 좀 더 기쁘고 후회없이 사는 길이 곧 인생의 성공과도 맞닿는 게 아니겠는가.

아무튼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책 속 담겨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어떻게 살 것이고 받아들일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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