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사용법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2
정연철 지음, 이명하 그림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근하다 사고를 냈다.
원래 가는 출근길이 아니었다.
2번째 걸린 코로나에도 한참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사실 나도 또 코로나이길 바랐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도 PCR도 모두 내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몸은 왜 이렇게 아픈거냐?
약을 먹어도 건조한 빨래같은 상태로는
되돌아 가지 않았다.

약기운으로 인한 비몽사몽 간에
들어선 초행길.
차선을 잘못 탔고,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다
1톤 트럭 뒤를 그대로 감싸 안아버렸다.

화가 난 트럭 기사님.
트럭 기사님의 하루 일을 망친 것일테지..
그저 죄송한 마음에
진자운동하듯 목을 위아래로 쉬지 않고
까딱였다.
뒤 차들의 운행을 막은 것도 미안해,
자꾸 뒤돌아 목례를 했다.

경찰이 오고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다 제 잘못입니다. 100% 제 탓입니다."라는
고해성사를 마쳤고,
갓 길로 차량을 이동해 필요한 대화들을 했다.

보험사 관계자가 오신 후엔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렌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 차를 받으시겠어요?"
"저요? 학교요!"
"이(렇게 찌그러진) 차로 출근하시게요?"
"네~ 이제 빨리 가야해요. 곧 수업이거든요..T^T"

사고를 낸 것이 부끄러워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걸까?
수업이 너무 중요했던 걸까?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당시, 한 쪽 깜빡이는 완전 박살이 나 버렸는데,
이로 인해 끊기지 않는 깜빡이 소리가 지속되었다.
펄떡이는 심장에 비해
너무 잠잠하기만 한 멍한 두뇌를 담은 채,
고막을 뚫고 뇌를 찌르는 듯한 딸깍 소리를 참으며
한참을 운전해 출근했다.
그리고 연강을 마쳤다.

첫번째 수업 시간엔 몰랐다.
교통사고로 인해 놀란 몸에 공급된
아드레날린과 엔돌핀 덕이었겠지.

두번째 수업 시간엔 눈물이 흐르려고 했다.
점점 중력에 빨려 들어가려고만 하는 몸을
어거지로 붙잡고 있는 내가 너무 힘겨워서.

이야기가 길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난 꾀병이 아니라 '진짜 병도 숨기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대학교 3학년 후반 앓게 된
심장 부근 대상포진을 가족에게 3일째 숨기다
정말 죽을 뻔한 적도 있다.
병원 의사는 이만한 고통을 참아낸 나를
칭찬해 주기는 커녕,
희귀한 괴생명체 보듯 아연실색하며 놀라워 했고,
엄마는 등짝 스매싱 대신,
아프면 무조건 말하라는 신신당부만을 수백번 건넸다.

이런 내게 꾀병이라니.
<수자 인생 사전>에 올려 본 적 없는 단어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꾀병 사용법>

그래.
하나같이 일이 풀리지 않을 땐
꾀병이라도 사용해야지.

아!
그러고 보니,
꾀병은 이런거다.
하루종일 겪은 어려움이
한없는 구석으로 몰고 가 버린 나의 상황에 주는
산소 한 입! 여유 한 스푼!

꾀병!
사용하라고 있는 거네!
그래!
이젠 나도 좀 사용해야겠다.
아니
난, 먼저 진짜 아픔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아픈 건 아프다 말하고,
살짝 아파도 가끔은 좀 많이 아픈 척도 해 보고.
그래!
인생에 이 정도 산소포화도는 있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꾀병사용 덕에 생긴 여유는
그림책 주인공처럼
친구에게 건네는 사과 인사도 되고,
친구와 나누는 한밤 중 치킨이 되기도 할테니 말이다.

꾀병을 잘 사용하자!
1년에 1번 정도!
기꺼이!

그리고
꾀병을 묵인해 주자!
1년에 몇 번 정도는!
너그럽게!

그래서
꾀병이 몰고 오는 사랑을 맞이하자❤️🩷🧡💛💚

#꾀병사용법 #정연철 #이명하 #길벗어린이
#서평단 #그림책서평단
#그림책서평 #그림책도덕시간 #수자샘 #그도시샘
#그림책추천 #그림책읽는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