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고기입니다 신나는 새싹 210
김주연 지음, 경혜원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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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 느낌이 물씬나는 들판,
그 위를 거니는 뽀송뽀송한 솜털을 가진 송아지 한 마리.
귀엽다.
사랑스럽다.
저 들판에 눕고 싶다.
저 들판이라면 송아지와 함께 뒹굴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름다운 것은
착각과 한 패니깐.

현실에선 생각나지도 않는 것들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실제론 불가능할 많은 것들이,
아름다움이라는 이름 하에
다 가능할 것만 같은 착각.

그러니 아름다움이 원뿔원의 상품이라면
거기엔 착각이 붙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착각이 가져온 엄마 미소와 함께
책장을 넘긴다.

헉.
엄마 미소가 딱 사라지는 구간이다.
마지막 장까지 넘겨? 말아?
그래.
이게 현실이지.
꿈만 꾸게 하는 아름다움만 존재하지 않는 진짜 현실.

고기 불판에 둘러 앉아 있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마냥 불편하다.
누구의 고통 위에 존재하는 시간인가?

그림책을 덮는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보이는 글자들.
<나는 소고기입니다>

주체가 아닌 객체로
존재가 아닌 수단으로
생명이 아닌 죽음으로
이미 넌 말하고 있었구나.

몰라서 미안해.
몰라 봐서 미안해.

"엄마~
오늘 채끝살 먹자!
크게 두 덩이~
사올거지?
그거 두 개가 있어야 해!
꼭이야! 알겠지?"

이 그림책을 읽은 후의 나는
읽기 전의 나완 다른데..
넌 내게 너무 힘겨운 숙제를 내는 구나.

아이의 요구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다른 답을 할 수 있을까?
다른 답은 최선인가? 차선인가?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 나는
죄책감과 책무감 그 어디쯤에서
아직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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