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티베트, 인류 태초의 종교와 마음씀씀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여 지는 땅, 조장과 돌무더기를 통한 그들의 신앙, 여전히 눈망울 맑은 인자함을 통해 마치 샹글릴라의 흔적을 보듯, 모든 것이 융해되고, 용서되며, 몇 천년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땅으로의 티벳, 작년에 “차마고도”라는 다큐를 통해 더욱 더 그들의 자연과 신앙과 생활을 그리워하게 된 곳, 장무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네팔까지의 배낭여행 코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게 될 그 이색풍경과 사람들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많은 여행자들이 가기만 하면 온통 사방에서 만나는 그들을 통해 그간 잃어 버렸던 자신의 순수함을 찾게 된다는 허영에 목매고 있는 곳. 나 역시 그 부류의 한 인간일 뿐이어서 한동안 그곳에 대한 그리움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게 다 깨버리다니..


중국, 세차례의 여행을 통해,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들어다 보던 공부를 통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경외감까지도 숨길 수 없었던 나라. 평생을 다녀도, 그 곳의 변두리 한 곳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문화유산과 자연경광을 가지고 있는 곳. 한족 출신인 중국인 지인 한 명은 한족이기 때문에 산아제한 제도에서 벗어 날 수 없다며 가끔 딸 아이 하나 키우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던 술자리가 기억난다. 그 때, 그 말을 들으며, 55개의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와 육성, 소수민족축제 등의, 어찌 보면, 관광자원으로까지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 정책이 본 받을 만 하다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것도 역시 다 깨버리다니....


사실, 지난 여름, 언제가는 가리라 마음먹고 있는 티벳을, 틈나는 대로 정보를 모우다가, 강제적 생일선물로 이 책을 고를 때만 하더라도, 이 책은 티벳 여행시 일반 여행서적에서 구할 수 없는 생생한 현지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그 가슴 두근거릴 기대는 모두 다 무참하게 깨어져 버렸다.


이 책은 1979년 설립된 과학적불자협회 SBA의 비서관인 폴 인그램이 1990년에 발간한 책이다. 1984년 초판은 미국 의회의 티벳에 대한 현안을 알리는 데에 사용되었고, 1986년 개정판에 이어, 1990년 제 3판을 번역한 책인데, 국제연합 인권위원회를 위해 작성한 티베트 보고서의 제 2차 개정판이라고 한다.


인권 위원회. 세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의 실상에 접근하고, 그 행위의 근절을 권고하긴 하지만, 도대체 그게 얼마나 당사자들 사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는 지극히 의심스러운 기구이긴 하다.


책은 제 1부부터 충격과 오한이 넘치는 진실을 보고한다.



제 1부 유구한 문화의 죽음과 제 2부 오늘날들 티벳트;강철제국과의 악수 편에서, 당나라 문성공주가 불상을 싸들고 티벳을 찾은 이후 역사적으로 간간이 일어났던 중국의 침략, 그리고 청나라 이후 완전히 중국영지로 부속되고, 1949년부터 1989년까지 40년간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티벳에 대한 인종청소에 가까운 중국의 만행을 수많은 사례와 현지 보고를 인용하여 자세히 서술했다.


제 3부 국제연합, 미국, 유럽, 그리고 티베트와 제 4부 자율티베트라는 미신과 인도의 곤경편에서는 자국의 이해 앞에서의 윤리와 정의를 감추고 있는 서방열국의 입장들, 도처의 인권유린에 대한 정의감을 표하면서도, 홍콩반환, 영토분쟁 등의 미묘한 국제적 이해 앞에 중국의 편을 들어야 하는 선진국들의 비도덕성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리고 제 5부, 붉은 용의 권좌 퇴출:사실 대 신화에서 중국과 러시아, 1980년이후 무기거래 등 중국의 확장, 천안문사건 등 동시대 중국의 비판적 시각에 이어 그들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리고 저자는, 저자의 자료와 시각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록으로 친중국계 보고서인 톰 그런펠드의 “현대적 티베트의 전설”에 담긴 허위성을 낱낱이 비판하고 있으며, 편집자의 권한으로 1992년 2월 26일 제 14대 달라이 라마가 발표한 미래 티베트의 정책과 기본적 특질에 대한 지침서를 담았으며, 마지막으로 웬만한 단행본 분량에 육박하는 각주를 통해 본문에서 서술하고 있는 사실을 방증 하는 참고 주석들을 달아 놓았다.


어떤 이유이든, 침략자는 힘을 무기로 입에 담아 내지 못할 만행들을 저질러 왔다. 폴란드의 수용소, 만주의 731부대, 그리고 도처에서 알게 모르게 가슴 쓸어내리며 읽어야 하는 많은 역사의 기록들이 그 만행을 입증한다. 그런데 티벳은, 정말 티벳은 침략의 권력앞에 의당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 심했다.


하나의 국가라는 명분 아닌 명분을 통해, 기존 영토만큼의 광활한 땅에 대한 무력침략, 문화혁명이라는 깃발아래 무참히 누천년 내려 온 종교시설의 파괴, 승려의 말살, 독립전쟁에 대한 씨말리기 일환으로 데모현장과 반체제인사, 운동에 대한 광범위한 학살과 고문, 벌목과 대체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환경파괴, 인종차별 아니 티베탄들의 유전적, 민족적 박탈감을 일으키기 위한 정책들, 이제 더 이상 영토와 민족의 분쟁을 끝내려는 한족 이주정책과 고유 문화 말살 등 도저히 한 정부가 영토확장을 이유로 자행한 40년의 티벳통치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 난 “미치광이”의 “광기”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인류의 문화유산인 수천개의 사원 파괴와 더불어 승려들의 학대, 독방에 며칠씩 가둔 다음 굶주린 개 풀어놓기, 여승에 대한 성적 수치심과 배급식에 오줌싸기, 데모 현장에서는 관련자뿐 아니라 그 일대를 모조리 총으로 쓸어 버리기, 고문사 및 사형으로 죽은 시신을 가족에 인도하면서 죽이는 데 들어간 총알비용 등을 청구하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벌목으로 빈둥산 만들기와 티베탄들의 주식인 보리밭으로 밀밭으로 대체하면서 모작 형태의 실패로 인한 식량부족현상, 23명의 여성이 살고 있는 마을에 들어가 18명의 여성에게 임신중절과 가족계획 시술하기, 물값 보다 10분이 일이 싼 저급 술 판매를 통해 삶은 절망스러운 것임을 체험하게 하기, 이주 한족에 대한 식민지 통치 정책에서나 볼 수 있는 우월감 조장 등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낱낱이 그대로 전재하고 싶은 문장들이 하나 둘이 아니였다. 그러기엔 400면이 넘는 본문의 내용을 모두 옮겨와야 될 것이겠고, 차마, 비록 읽기는 읽었다만 그 만행을 그대로 적어내는 것이 너무 몸서리 쳐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0년 간이다. 그러니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과연 티벳은 어떻게 절망하고 있는 가 궁금할 뿐이다. 책에서 밝힌 천안문사태, 그리고 경제적 허약함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있다. 경제적 대국으로 세계 각국의 자원들을 쓸어 모우고 있고, 값싼 노동력으로 대표되던 평가대신 무역발전은 어느 누구도 중국의 존재를 무시 못하게 되어 있다. 라싸의 포탈라 궁 대로 앞에는 밤새 찬란한 조명등이 반짝이고 있고, 그 건너편 길가에는 한족들이 운영하는 가라오케가 성업중이다. 천장열차의 개통으로 세계의 지붕으로의 관광정책은 재생된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여름, 성화봉송으로 야기된 티벳의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들의 폭력 앞에 티벳의 자치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공권력까지 무너지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결코, 다시 지난 20년동안 심하면 심했지, 어떤 이유로든 부드러워 질리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이제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올림픽 개막식때 소수민족 대표로 구성된 무용단이 사실은 한족으로 모아 놓은 것을 뒤늦게 따져야 할까? 모두 다 무너뜨리고 디즈니랜드처럼 조성한 라싸에 가서 그들의 흘렸던 눈물의 추억을 떠올려야 할까?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입맛에 맞쳐 재건된 땅, 인도의 임시정부의 활동은 그저 신화로써만 존재할 뿐, 그들의 권익보호와 미래는 여전히 어두운 땅, 애써 그 과거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단순하게 가꾸어 놓은 관광지에서 감탄사만 부르짖고 있어야 하다니.. 슬픈 일이다.


옮긴이는 이 책의 국내 출판은 “웰빙 관광주의” 및 “관광판타지”에 목 마른 체, 티벳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백신처방으로 기획되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또 한편, 이 보고서는 티벳의 독립, 중국의 종속 등의 한쪽으로 치우친 어떤 정책의 입장에도 편을 들지 않겠다고 했다. 나 역시 감히 책 한권 읽고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역사에 대해 흥분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그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중국의 검열을 사전에 거쳤다는 “차마고도”를 방열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열광적으로 시청한 내가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으며, 그 보상을 위해서도, “많이 읽고, 많이 추천하고,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든 많이 거론되길 바란다”는 옮긴이의 부탁을 충실하게 들어 주는 것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짙은 어두움 때문에 종잡을 수 없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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