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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를 위하여
심광현 외 지음 / 문화과학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앙드레 고르에 따르면 '문화사회'는 독일 좌파들이 '노동사회'와 대비하여 사용한 사회의 이름이다.
'노동사회'에서는 삶의 목표가 이윤창출 내지는 임금획득으로 설정된다. 오로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며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은 그저 노동을 위한 휴식에 불과하다. 인간의 욕망은 오직 상품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도록 조작되며, 모든 가치는 화폐로 환원된다. 그러나 상품을 통해 충족하려는 욕망은 충족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갈구될 뿐이며 사회의 화폐의존도는 더욱더 심화될 뿐이다. 따라서 '노동사회'는 철저하게 소비문화의 지배를 받게 된다.
반면에 '문화사회'에서는 삶의 목표가 여유확보, 삶의 반추, 이상실현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임금노동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자유시간이 최대한 허용되며 이러한 자유시간에는 자율적 활동을 추구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은 자율적 조직을 통해 충족되며 다수가 상시적으로 자기 향유를 누리게 된다. 결국 '문화사회'에서는 삶의 질 향상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노동사회에서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꿈꾸며 이러한 논의가 한갓 '유토피아적' 논의에 머물지 않기 위해 현실적인 지평을 분석하고 '문화사회'로 더욱 접근해 가기 위한 구체적 실천들을 모색하고 있다. 1부는 '문화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파악하는 자리이며 2부는 '문화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들을 모색하고 평가하는 자리이며 3부는 '문화사회'와 '민주주의' 양자의 관계를 검토하며 '문화민주주의'를 꿈꾸는 자리이다.
'노동사회' 패러다임에 찌든 나에게 '문화사회' 패러다임은 현재의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나 역시 이 책과 함께 '문화사회'를 꿈꾸고자 한다. '문화사회'라는 이상은 이런 인간 활동과 노력을 좀더 분명히,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의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은 여전히 꿈이지만 우리는 그 꿈을 좀더 강렬하게 꿀 필요가 있다.
문화사회적 삶에 대한 꿈의 강렬도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태도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문화사회의 꿈은 새로운 삶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노동사회적 일상을 돌파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급투쟁이나 성/인종/민족 차별에 대한 저항, 환경보호 등 지금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노력도 그런 꿈과 함께 더 큰 위력을 얻게 된다. 문화사회를 선호할수록 그런 노력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테니까. 자유시간과 자율적 활동으로 구성되는 문화사회, 그런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강내희,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