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 은밀한 것, 차단당하거나 은폐된 것은 신화화되고 공개되고 대중화되지만 공유하는 탈신화화의 지혜를 나누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희생자는 〈노스탤지어〉로 다시 찾아온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이다. (중략) 〈희생〉에 몰렸던 이상열기가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이 아니라 문화적 허영심의 거품이었음을 증명할 뿐이다. (이연호 기자, '모더니즘 영화와의 근접조우' 중에서, 키노 1997년 1월호)

1995년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시네마데끄에서 숭배받던 감독 중 한 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이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예술영화로는 이변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여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외신은 한국 영화 관객의 수준을 극찬하였다. 그러나 그 다음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또 다른 걸작인 '노스탤지어'는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만다.

2000년 한국에는 이른바 '체 게바라 열풍'이 불었다. 어느 출판사에서 펴낸 '체 게바라 평전'이 열풍의 근원지였다. 그의 평전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의 포스터, 배지, 티셔츠까지 동원되어 열풍을 더욱 확산시켰다. 대학 서점 게시판에 붙은 그의 포스터에는 '떼어가지 마시오. 책을 사시면 포스터도 함께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여느 인기연예인 못지 않았다. '체 게바라 열풍'은 과연 그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인가? 아니면 문화적 허영심의 거품인가? 결론은 의외로 자명한 것 같다.

'희생'과 '체 게바라'에 몰렸던 이상열기는 은폐되고 차단당했던 신화가 뿜어내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신화화와 여기에 몰리는 이상열기는 오히려 진지하고 객관적인 접근을 가로막는다. 이 책은 이러한 신화화에 커다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의 평전이 인물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체 게바라 평전' 역시 다르지 않다. 저자는 체 게바라의 완전성을 부각하려는 나머지 체 게바라의 주위인물들을 소극적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체 게바라만 주위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 자신은 주위사람들에게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히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 게바라는 분명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특히 내가 그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은 그의 아웃사이더 정신이다. 불가능한 혁명이 성공한 후 중심에 우뚝 선 그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주변으로 다시 뛰어드는 모습은 주변으로 밀려나기를 두려워하며 오직 중심을 향해 돌진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열풍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내가 중심에 서는 그 날 아무 미련없이 다시 주변으로 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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